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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탐사, 세계 자원 무기화 추세 고려해 도전해야”

입력 | 2024-07-31 03:00:00

김기범 부산대 교수 인터뷰
日中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
시추 한두 번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가 탐사 역량 키운다는 전략 필요





동해에서 기존에 발견됐던 가스를 생산했던 해상플랜트. 한국석유공사 제공

“석유 탐사는 세계의 ‘자원 무기화’까지 고려해 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동해에서 기름과 천연가스를 찾는 첫 시추가 올해 12월 시작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어려운 도전을 앞뒀다. 기름과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학문적 배경을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퇴적학·사진)로부터 들어봤다.

―동해 울릉분지 심해의 유망구조가 중남미 지역 가이아나 유전과 비슷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1990년대 중반 브라질과 서아프리카 대륙주변부 심해에서 대량의 석유가 발견되면서, 당시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수동형 대륙주변부(passive continental margin) 심해의 석유자원 부존 가능성이 재검토되기 시작했다. 수동형 대륙주변부란 판구조 운동에 의해 쪼개진 대륙지각의 가장자리로 대서양, 지중해, 인도양 주변에 주로 분포한다.2009년과 2010년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부 대륙주변부 심해에서 초대형 가스전을 발견했다. 세계적인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2015년 가이아나 대륙주변부 심해에서 초대형 유전을 찾아냈다.

동해는 약 3000만 년 전 일본이 유라시아 대륙판에서 쪼개져 떨어져 나가며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 동해 가장자리는수동형 대륙주변부가 발달했다.

수심 2000m에 달하는 우리나라 동해 울릉분지 남부의 대륙주변부에는 총 두께 약 10km에 달하는 신생대 퇴적층이 형성돼 있다. 그 내부에는 기름과 가스를 품은 퇴적층이 있을 가능성이 기존 연구를 통해 점쳐진다. 동해 울릉분지의 구조 및 퇴적 환경은 대규모 심해 유전이 발견된 가이아나 북부 및 이스라엘 서부 대륙주변부 환경과 매우 흡사하다.”

―심해 석유탐사의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심해 석유탐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재검토되고 정립되기 시작한 비교적 최신 개념이다. 우리나라가 동해 심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에 들어서다.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발견된 5억 배럴 이상 유전 및 가스전 중 심해 비중은 약 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수심이 200m에서 3000m에 이르는 심해 환경에서는 해류의 힘을 철제 다리가 버틸 수 없다. 그래서 구조물을 부유시킨 상태에서 시추를 진행한다. 굴착기가 해저면에 고정돼 있지 않아 굴착기의 위치를 끊임없이 제어하며 시추해야 한다.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또 예측하기 힘든 해양 기상 여건, 기술적 하자 등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더 높다.”

―탐사 시추 시 1공당 약 1000억 원이라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초대형 유전이 아니더라도 수조∼수십조 원의 수익이 발생할 유전 하나의 가치에 비하면 시추 비용 1000억 원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해양은 자원의 보고다. 과학과 경험을 통해 자원을 찾는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릴 필요가 있다.”

―국내 석유가스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은….

“2024년 기준 중국, 일본의 석유가스 시추 횟수는 한국 대비 일본이 약 11배, 중국은 약 700배나 된다. 국가의 경제 규모와 국토 면적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큰 격차다. 일본은 필수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적 책무임을 강조하며 자국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을 독려한다. 중국은 석유가스전 탐사와 개발 등을 위해 국영 석유사나 다른 분야의 국영기업으로 구성된 신규 조직을 최근 설립했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두고 있다. 탐사 시추 한 번에 국론이 분열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원이 무기로 작용하는 상황에 대비해 우리 앞바다에서 석유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