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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축구의 시대 출간

입력 | 2024-07-30 17:52:00


정몽규. 그는 2013년 1월부터 2024년 7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12년째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수장이 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에, 흔히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정몽규는 축구협회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축구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정몽규라는 인물이 ‘기업인’에 이어 ‘축구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것도 올해로 무려 30년째를 맞는다.

그는 1994년 1월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현 울산 HD)의 구단주로 부임하며 한국 축구계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3년 가까이 구단 경영에 참여했다. 그 역시 곧 출간되는 자신의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통해 울산 현대 구단주를 맡게 된 것이 ‘내 일생 축구 이력서의 공식적인 첫 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특별한 감정과 애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1997년 1월 전북 현대 다이노스 축구단(현 전북 현대)의 구단주가 되면서 축구인으로서 더욱 진일보한 커리어를 쌓아갔다. 한 기업에서 두 개의 구단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는 피파 규정에 따라, 현대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있었고, 1997년부터 울산은 현대중공업이 전북은 현대자동차가 운영을 맡게 되며 구단주의 이동이 있었다. 전북 현대 구단주 부임 시기가 진정으로 축구인 정몽규의 커리어가 시작된 시점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당시 완산 푸마, 전북 버팔로 등의 기존 호남 연고 구단이 프로축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잇달아 해체 위기에 놓였을 때 그는 자신이 경영하던 현대자동차 차원에서 힘을 싣기로 결심하고 협력업체 현양과 함께 팀을 인수했다. 그렇게 전북 다이노스라는 새 이름으로 구단을 창단하며 호남 축구의 역사를 이었다. 이는 한국프로축구 발전과 호남 지역의 축구 발전은 물론, 2002 월드컵 유치 경쟁에도 힘을 보태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의 결정으로 인해 전북에서 프로축구가 자리를 잡고 발전의 토대를 이룰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축구단의 구단주를 맡게 됐다. 1999년 7월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모기업 대우그룹의 영향으로 프로축구 최고의 명문팀이자 인기구단이었던 대우 로얄즈 역시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최고 인기팀의 해체, 유지, 제3자 인수 여부는 연일 스포츠 신문 지면을 채울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 하지만 2002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이즈음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경영하게 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정몽규 역시 기업인으로서, 축구인으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새로 맡은 현대산업개발은 과거 경영했던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회사였기에, 프로축구단 운영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현대 그룹에서 분리 독립해 새롭게 출발한 현대산업개발에게도 독자적인 브랜드 홍보가 필요했기에 좌초하던 대우 로얄즈를 인수하는 선택에 나섰다. 이는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 연고 축구단의 생명을 잇는 동시에, 새롭게 출발하는 자신의 기업에도 마케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리한 판단이었다. 그리하여 2000년 2월, 대우 로얄즈는 부산 아이콘스라는 새로운 구단으로 부활했고, 5년 후에는 모기업의 아파트 브랜드명과 동일한 부산 아이파크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 대중에게 있어 정몽규는 대한축구협회장의 이미지가 다른 무엇보다 강하게 각인돼 있지만, 무려 3개의 K리그 팀에서 구단주를 지낸 전무후무한 축구 경영인이며, 이후 프로축구연맹 9대 총재로 추대돼 K리그 승강제 도입 및 정착, 승부조작 사태 수습, 저연령 선수 출전 확대 및 의무 출전 도입, 스폰서십 확장 및 중계권료 상향 등 많은 부분에서 크고 작은 업적을 남기며 한국축구가 성장, 발전하는 데 힘썼다.

에세이 ‘축구의 시대’는 그가 지난 30년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했던, 도전하고 시도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성공과 성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도 있고, 좌절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의미를 찾아 매듭짓는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쓸 이들에게 좋은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표식들이 가득 들어 있다. 스포츠로서의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스포츠 비즈니스,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행정을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상세히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