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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세븐포인트원, VRㆍ비대면 기술로 ‘치매 예방 위한 디지털 영양제’를 꿈꾸다

입력 | 2024-07-30 18:13:00



“당장 치매가 아니어도 우울감이 높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향후 치매 발병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는 고령화 시대 속 치매 문제에 대한 대처는 필수적인 사회적 과제라고 말한다. 우울감,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젊은 사람에게도 치매 발병 요인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치매를 고령층에 국한된 남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점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 60세 이상 연령층 약 1315만 명 중 치매환자 수는 약 96만 명에 달한다. 전체 약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료에 없는 60세 이하 연령층을 더하면 많은 인구가 치매 또는 인지 능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인구가 오는 2039년에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 / 출처=IT동아



세븐포인트원은 정신 건강과 고령화 특히 치매에 관련된 디지털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이다. 인공 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인지 건강 관리 솔루션 ‘알츠윈(Alzwin)’, 가상현실(VR) 기반 인지ㆍ우울증 개선 솔루션 센텐츠(Sentents)를 서비스하고 있다.

‘고위험군 치매 환자를 치료의 길로’ 알츠윈ㆍ센텐츠로 일군 성과

치매ㆍ인지 능력 저하를 경험했을 경우, 빨리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방치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치매는 두렵지만 부끄러워서 혹은 스스로가 치매ㆍ인지 능력 저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검사를 받을까 고민해도 혹여 문제가 생길까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도 한다.

알츠윈은 많은 잠재 환자를 치매 치료의 길로 이끌었다. 2023년 12월, 경기도가 공식 스마트 인지 검사 시스템으로 도입한 후 지난 2024년 7월까지 8000명 이상 치매 고위험군 환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현준 대표는 도내에서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치매 고위험군 환자들이 후속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 성과가 저에게 크게 와닿아요. 경기도에서 알츠윈을 도입한 이후 매월 1000명 가량 찾아낸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세븐포인트원은 또 다른 사례를 만들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주관하는 인공지능 바우처 사업을 통해 전주시 보건소와 협업하게 된 것이다. 알츠윈을 사용해 치매 고위험군 환자를 찾을 예정이다. 이 외에 다른 지자체와 알츠윈 활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CES 2023에 참여한 세븐포인트원, 디지털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면서 주목 받았다. /출처=세븐포인트원



해외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내 헬스케어 기업과 손잡고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한 의료재단과 공식 파트너 자격으로 초청을 받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와 워싱턴주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2024년 7월 15일에는 서울-로슈진단 스타트업 스프린트 데모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현준 대표는 이들 자료를 기준으로 더 많은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알츠윈 서비스는 인지 저하 수준을 측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다. 시스템이 무작위로 특정 주제를 제시하는데,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를 계속 말하는 식이다. 테스트는 약 1분 가량 진행된다. 단순히 말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분석한다. 분석 과정에는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된다.

“측두엽에서 관장하는 기능이 있고 전두엽에서 관장하는 기능이 있어요. 알츠윈에서 제시한 주제로 답변할 때 단어 선택의 전략이나 집행 능력 등은 전두엽 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에 이미지를 떠올리고 인출하는 것은 측두엽과 관련이 있죠.”

이현준 대표는 알츠윈이 치매 치료 도구가 아닌 뇌 건강 측정을 위한 체중계 역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진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최적의 치료수단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치매ㆍ인지 저하 진단을 빠르고 쉽게 이뤄지도록 보조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세븐포인트원이 서비스 중인 알츠윈(좌)과 센텐츠(우). / 출처=세븐포인트원



센텐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시와 함께 ‘돌이켜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 수상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또한 논현 복지관에서 대표 프로그램으로 채택하며 참여자의 관심을 독차지 중이다. 이현준 대표는 프로그램 참여율이 98%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98%라는 수치가 중요합니다. 흔히 뇌 인지 건강 개선 프로그램이라면 테이블형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떠올리는데요. 심지어는 이런 것도 안 하고 어르신끼리 모여 화투만 하시거나 TV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센텐츠 프로그램을 경험하시고 반응이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경상북도 안동 지역의 4개 경로당에서 센텐츠를 2개월간 사용했는데 어르신의 우울감 수치가 평균 67% 정도 감소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센텐츠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환경을 가상현실(VR) 안에 만들고, 당시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과거의 좋은 추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뇌의 기억 및 인지 능력을 자극한다. 자연스레 행복감이 증진되고 우울감 개선에 도움을 준다. 비약물 치매 치료법 중 하나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신 기술에 거부감 없는 어르신들, 쓰기 쉽다면 오히려 적극적

알츠윈, 센텐츠 모두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기기 사용에 취약할 수 있는 계층이다. 아무리 쓰기 쉽게 개발해도 제대로 다루는 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이현준 대표는 어르신이 오히려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키오스크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즐겁게 뇌를 자극해 건강을 되찾는 기술이 스마트 경로당에 필요하다.

센텐츠를 시연하는 모습. 그룹 단위로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 출처=세븐포인트원



“어르신들을 보면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더 시도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흔히 가상현실(VR)에서 나오는 멀미 현상에 대해 걱정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 노하우와 설계 절차를 통해 제거한 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기도 최대한 우리나라 어르신의 두상과 환경에 특화된 형태로 사용 중입니다.”

가상현실이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센텐츠 프로그램은 10여 명 규모로 진행하는데, 오퍼레이터가 기기 착용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한다.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어르신이 어디를 보는지, 집중력은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체험을 마치면 회상록을 작성하고, 관련 내용을 참여자들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짧게 소감을 남겼는데 점점 내용이 구체화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센텐츠 내에 구현된 콘텐츠 중 일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됐다. / 출처=세븐포인트원



“센텐츠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내용들이 점점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예로 짝사랑하던 사람과 영화 관람을 했는데 친구를 불러 미안했다거나 활기 넘치던 젊은 시절이 그립다는 등 과하지만 어떻게 보면 흥미로운 에피소드죠. 어르신들의 인지 저하 예방을 위해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신나게 떠올리고 얘기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간직할 수 있는 회상록이 생긴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효과입니다.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거부감 없이 접하고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치매 외에 다양한 치료 영역으로 확대 “디지털 영양제 꿈꾼다”

알츠윈과 센텐츠로 치매ㆍ인지 능력 저하 환자를 찾고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는 세븐포인트원. 다양한 치료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센텐츠가 가진 잠재력 중 하나인 비약물 치료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돕거나 마약성 진통제 투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강릉아산병원과 연구를 진행했다.

“강릉아산병원 김문호 교수팀과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과가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번에 종양학회 포스트 프레젠테이션에 관련 내용이 실렸고 베스트로 뽑히기도 했죠. 고령화를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 60대 이하인 사람을 위한 솔루션도 많이 개발할 계획입니다.”

세븐포인트원이 꾸준히 확장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홍릉강소연구특구의 지원도 있었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 내에 입주하면서 정부지원 사업 안내와 지원 방법 등에 대해 알려주고, 일부 프로그램은 참여 시 가산점도 부여된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육과 네트워킹 활동도 강점 중 하나다.

“헬스케어 분야이니 관련 기업이 모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주기적으로 열립니다. 이런 기회는 사실 흔치 않거든요. 연사 초청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식약처 인증 과정에 대한 조언도 여기에서 얻었죠. 이 외에 의료기기 등록 과정, 글로벌 인증 절차 등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됩니다. 저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 / 출처=IT동아



1년 중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인 7월 1일, 인생 하반기를 아름답게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은 세븐포인트원. 이현준 대표는 “대부분의 디지털 치매 예방 솔루션이 다 60대 이상에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 보험 가입자는 30대에서 60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30대와 60대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중입니다. 어떻게 보면 치매 예방을 위한 디지털 영양제 같은 거죠. 고령화를 위해 시작된 기업이지만, 60대 이하 인구를 위한 솔루션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