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해외 건설수주] 〈2〉 삼성물산의 초고난도기술 총집결 대만 ‘타오위안공항 3터미널’ 현장 ‘롤처럼 쓰는’ 철근 자동가공 설비… “손실 줄이고 현장 효율성 극대화” 2026년 말 완공땐 여객수용 2배로… 대만 가오슝공항 증축 수주도 목표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공사 현장. 앞쪽에 보이는 레일 플랫폼 시스템은 크레인을 싣고 500m 거리를 움직일 수 있어 공기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타오위안=이민아 기자 omg@donga.com
23일 대만 타오위안시에 있는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준공 현장. 공항 제1터미널에서 2km 거리를 차로 10분 정도 달리자 드넓은 공사 현장이 나왔다. 전체 면적 58만 m² 규모 공항의 뼈대가 될 높이 20m짜리 거대한 철골 기둥, ‘메가 칼럼’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나에 200t짜리 메가 칼럼은 현재 8개를 지었고 8개를 더 지어 총 16개가 될 예정이다. 16개의 메가 칼럼은 3만 t 무게의 지붕을 받치게 된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각기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우웅’ 소리가 주기적으로 났다.
1979년 문을 연 타오위안 공항은 대만 제1의 국제공항이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2010년 제2터미널이 개장했지만, 이용객이 계속 늘어나며 혼잡 문제가 발생해 대만 정부는 제3터미널을 짓기로 했다. 타오위안 공항 제3터미널 부지는 현재 있는 1, 2터미널을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크다.
24개의 패키지로 구성된 타오위안 공항 증축 공사는 총사업 규모가 약 3조5000억 원(올해 7월 기준)으로 대만 정부가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2021년 3월 삼성물산은 대만 현지 건설사 RSEA와 컨소시엄을 이뤄 제3여객터미널과 탑승동 공사를 따냈다. 총사업비 가운데 삼성물산이 맡은 공사는 약 1조2990억 원 규모다. 8개 한국 협력사가 삼성물산과 함께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공항 현장을 ‘기술력의 집결체’라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 용접 기술이다. 용접사가 붙어 일일이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대신 360도를 회전하는 용접 로봇을 도입했다. 여러 개로 분절돼 한국에서 배송되는 메가 칼럼 부품을 공사 현장으로 가져다가 현장에서 가설물을 설치하고 자동용접기가 매달려서 움직일 수 있는 궤도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태양 주변으로 태양계 행성들이 일정한 궤도로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사람이 원격으로 리모컨을 통해 용접 궤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메가 칼럼 같은 원통 모양을 자동 용접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대만의 불안한 노동 수급 현황, 비싼 인건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가 칼럼을 짓기 위한 용접은 난도가 높아 고숙련 용접사가 필요한데 대만 현지에서 이 같은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다.
자동 용접은 공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엄성용 삼성물산 상무는 “30일 걸릴 것을 21일 만에 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라며 “한국에서 타오위안 공항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동성중공업과 함께 6개월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10m 정도 높이의 가설 계단을 올라 메가 칼럼에 가까이 다가가 자동 용접 기술을 적용한 접합 부위를 봤다. 한눈에 봐도 무척 매끈하고 균질했다.
올해 3월 현장에 도입된 ‘철근 자동 가공’ 설비도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법이다. 롤 형태로 감겨 있는 철근을 필요에 따라 현장에서 재단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손실이 없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엄 상무는 “현장에서 도면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원하는 대로 철근을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오위안=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