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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가해자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로 생각해 살해” 범행 이유 진술

입력 | 2024-07-30 20:32:00


같은 아파트 주민을 길이 100cm 일본도로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경찰에 범행 이유를 진술했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37)는 전날(29일) 밤 11시 반경 자신의 일본도를 들고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주민 B 씨(43)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었다. 위협을 느낀 B 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A 씨는 갑자기 칼을 휘둘러 B 씨를 숨지게 했다. 자택으로 도망친 A 씨는 1시간여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 씨는 경찰에 산책을 하다 피해자와 마주친 적은 있으나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범행 당시 A 씨가 들고 있던 흉기는 칼날 길이 약 75cm, 손잡이 길이 약 25cm의 장식용 일본도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 1월 도검 소지 승인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정신질환 이력이 없었지만, 주민들은 평소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주민 나모 씨(73)는 “A 씨가 아파트 단지 지하 헬스장 근처에서 큼지막한 칼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그 칼을 자랑스러워하듯 치켜들고 걸어다녔다”고 말했다. A 씨가 어린 아이들에게 “칼싸움 할래?”라고 말을 걸거나 헬스장에서 사람들에게 욕설하는 것을 봤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찰은 A 씨가 마약 간이 검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통해 마약 복용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3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와 만난 주민 김모 씨(35)는 “밤에 올림픽 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밖에서 남자가 5초가량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며 “불안해서 딸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 씨(39)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축제를 즐기던 곳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다녔던 피해자 B 씨는 열 살, 네 살 두 아들의 아버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아버지는 기자에게 “너무 억울한 죽음”이라며 오열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