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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中-러는 물론 北-이란 등과 동시 전쟁 대비해야”

입력 | 2024-07-31 03:00:00

‘국방전략서 검토 보고서’ 공개
트럼프측 ‘주한미군 감축론’과 달리
한반도에 중장갑병력 유지 권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북한, 이란 등과도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미 의회 보고서가 공개됐다. 또 보고서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육군 중심의 주한미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방위비 부담을 덜기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의 일부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미 의회 산하 국가방위전략위원회(NSRD)는 29일 공개한 ‘국방전략서(NDS) 검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머지않아 여러 지역에서 적대국들과 전쟁을 벌여 패배할 수 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이른바 주요 적성 국가와의 동시다발적 충돌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국가방위전략위원회는 행정부가 최상위 국방전략인 국방전략서를 펴내면 초당적인 독립 위원회를 구성한 후 의회에 국방전략서 수정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에릭 에덜먼 전 국방차관 등이 참여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중-러와 이란의 안보 협력을 지적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펴낸 국방전략서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의 위협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동맹국과 함께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와의 충돌 시 북한, 이란과도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미군과 동맹국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개 이상의 핵탄두를 확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이 전쟁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이 미국의 가장 중대한 위협이지만 5대 적대 세력(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주요 테러단체) 모두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적인 주둔(presence)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럽에서 여전히 (탱크, 장갑차 등) 중장갑 병력이 필요하다는 게 확인됐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반도에서도 유사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하려면 주한미군을 공군과 해군 중심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달리 육군 위주의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동시다발적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비 증액 한도를 없애고 ‘국력의 모든 요소’를 투입하는 사실상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 정보 공유와 공동 무기 생산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