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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의 육해공談]항공업계 30조 먹거리 될 ‘지속가능항공유’

입력 | 2024-07-30 23:06:00



변종국 산업1부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은 ‘탄소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과거 올림픽보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선수단 버스의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수촌 식단을 채식 위주로 꾸린 것 등이 대표적인 노력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스테판 외스틀링 스웨덴 린네대 교수는 독일 언론에 “파리로 몰려드는 항공기들 때문에 탄소 중립 올림픽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가 항공기를 콕 집어 지적한 건 항공기가 ‘탄소 배출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하는 데 배출되는 각종 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55g, 버스 104g, 철도 41g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갈 때의 탄소 배출량은 항공편 약 248.6kg, 자동차 약 114kg, 철도 약 26.2kg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비행기도 할 말은 있다. 항공기 1대가 뿜어내는 탄소가 많을 수 있지만 각 교통수단의 수를 감안하면 항공기가 뿜어내는 탄소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항공기는 전기나 수소,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항공기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와 허가 기준도 엄격하다.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A350-1000 항공기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급유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항공업계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탄소 저감 방법은 항공기 엔진의 효율성을 높여 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이 중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분야가 SAF다.

SAF는 석유가 아닌 동식물성 바이오 기름, 합성 원유 등에서 추출한 친환경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SAF 사용은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미 일부 항공사와 국가들은 SAF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SAF 사용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320여 개 공항이 SAF 급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은 SAF 생산 시설 건설에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생산된 SAF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SAF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SAF 시장 후발 주자다. SAF 생산을 위한 법적 근거가 다음 달인 8월부터나 시행된다. 국내에 SAF 급유 및 저장시설을 갖춘 공항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도 기회는 있다. 한국은 2022년 기준 항공유 수출 세계 1위 국가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원유를 항공유로 만들어 내는 정제 기술과 생산 기반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SAF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비율을 현 3%에서 더 높이거나, SAF 공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등의 지원이 조금만 더해진다면 SAF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항공업계는 SAF 시장이 2027년 30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SAF는 탄소 저감 노력의 최전선이면서, 한국의 또 다른 먹거리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