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부 〈8〉 1호 국가공원 순천만정원 상습 침수지역 93만㎡에 꽃-나무… 10년새 아름드리 수목 울창해져 조경산업 규모 年800억원으로 성장 도심 팽창 막아 순천만 ‘생태 방어’… 인구 1993년 23만→2020년 28만명
19일 오후 전남 순천만국가정원 내 순천호수정원. 장맛비가 그친 정원은 산들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았다. 식물원 근처에서 출발하는 정원관람차를 타고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관람객들은 큰 나무들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순천호수정원 옆 바위정원 정상에는 600년 된 팽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이 팽나무는 2013년 경남에서 조경사업을 하는 박병화 씨가 영호남 화합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기증했다. 김숙영 순천시 정원시설과 조경팀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이 들어선 서문 구역은 농경지로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녹지로 변했다”고 했다.
● 생명력 더해가는 100만 그루
전남 순천시 풍덕·오천동 일대 93만 ㎡에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은 다양한 정원을 따라 아름드리 수목 540종 1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정원 내 개울광장, 영국·이탈리아·프랑스·미국 등 세계 정원, 노을정원과 키즈가든 등 42개 정원을 따라가 보니 다양한 나무들이 배치돼 있었다. 42개 정원은 정원 조성에 참여한 국가, 자치단체, 사회단체별로 이름이 붙었다. 나무들 주변에는 푸루미, 켄터키블루그래스 등 각종 잔디 28종이 싹트고 샐비어, 수국, 목수국 등 꽃 417종이 계절별로 피고 진다. 권윤구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정원은 엄밀한 의미에서 숲은 아니지만 개념을 확장시킨다면 도시 숲, 정원도 포함될 것”이라며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도시 순천이라는 가치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역할로 순천은 조경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순천은 전국 조경수 생산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철쭉의 경우 2020년 전국 생산량 2201만 그루 중 1298만 그루(59%)가 순천에서 생산됐다. 순천지역 농가 1500여 곳에서 자산홍, 백철, 영산홍 등 다양한 철쭉 426ha(헥타르)를 키우고 있다. 순천지역 조경산업 규모는 연간 700억∼800억 원 규모로 분석된다. 이만용 순천시 정원시설과 정원육성팀장은 “순천만국가정원 조성 이후 순천은 전국 조경수의 18.8%가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숲이 ‘생태방파제’ 역할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동천 하류 쪽으로 5km가량 떨어진 곳에 순천만이 있다. 시민들은 1992년 골재 채취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순천만 보호운동을 펼쳤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순천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관광지로 육성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6년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심이 순천만으로 팽창하는 것을 막아 주는 일종의 ‘생태계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한 생태 도시 전략이 순천을 소멸위기지역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순천 인구는 196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1993년 23만6362명으로 최저점을 찍었지만 2020년 역대 최대인 28만4238명까지 증가했다. 순천 인구는 지난달 기준 28만129명으로 꾸준히 28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고용노동정보원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순천과 광양시는 소멸위험지역에서 제외됐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모든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순천은 순천만과 정원의 도시를 넘어 문화콘텐츠로 세계 도시들과 경쟁하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