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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돈 안된다” 재건성형 기피… 전문의 4년새 14% 줄어

입력 | 2024-07-31 03:00:00

소아 구개열 수술 등 고난도에도
필수의료 분류안돼 수가 인상 배제
소득 격차에 대부분 개원가로 빠져
강원 등 4개 지역 전문의 21명뿐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이 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오태석 교수는 소형 확대경을 착용한 채 3시간 반 동안 생후 13개월 아이의 구개열 수술을 진행했다. 구개열은 입천장이 뚫려 코와 입이 통하는 선천성 태아 안면 기형이다. 오 교수는 “어리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신경과 근육이 손상될 수 있어 수술 내내 긴장했다”고 말했다.

구개열 수술처럼 태어날 때부터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수술을 ‘재건성형’이라고 부른다. 고난도 수술이 많고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낮은 편이라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주로 맡는다. 그런데 최근 재건 수술을 담당할 성형외과 전문의가 급감하면서 해당 분야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대한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317명이었으나 지난해는 273명으로 44명(약 14%) 줄었다. 강원·전북·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수련병원 전문의를 모두 합쳐도 총 21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전국에 280여 명이던 성형외과 전공의 중 95% 이상이 병원을 떠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일선에선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배태희 중앙대 광명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구개열 수술의 경우 환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관리를 받아야 한다”며 “수술 부위를 복원해야 하는 수요도 꾸준해 재건성형 수술을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계속 배출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개열 수술과 유방 재건 수술, 안면기형 수술 등 재건성형은 환자가 일상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눈매 교정 수술 등 일반적 미용성형과 비교할 때 의사들이 받는 수가는 높지 않은 편이다. 교수와 전임의(펠로) 등 복수의 의료진이 투입돼 서너 시간 걸리는 구개열 수술의 수가는 70만∼80만 원이다. 반면 국내 미용성형 일번지인 서울 강남구에선 비급여로 1시간 미만의 미용수술을 하고도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다.

소득 격차가 심하다 보니 성형외과 전문의 대부분은 대형 병원에 남기보다 개원가로 빠져나간다.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중 하나임에도 정작 대학병원에서 재건성형을 담당할 전문의가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성형외과 전공의는 “병원 경영진은 재건성형 등의 수가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며 “수익성이 낮으니 공백이 생겨도 의료진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이 때문에 재건 수술을 배울 기회가 없어지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용성형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처럼 필수의료 과목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정책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올 5월 6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고난도 수술 281개 항목의 수술·처치료와 마취료 수가를 인상했지만 이때도 구개열 등 소아 중증 재건성형 항목 대부분은 제외됐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