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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개선 MOU 종이 쪼가리 돼” 금감원 책임론

입력 | 2024-07-31 03:00:00

[티몬-위메프 사태]
미상환-미정산 잔액 보호조치 등
MOU 맺고도 이행여부 확인 손놓아
국회 “관리 미흡” 질타 이어져





티몬과 위메프가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도 이행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조치들도 포함돼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아 금감원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는 금감원이 티몬·위메프와 맺은 MOU 내용이 공개됐다. MOU는 티몬·위메프가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 명시된 경영지도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서 2022년 6월과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체결됐다. 금감원은 매 분기 경영개선계획 이행 실적과 경영지도 비율 준수 여부를 보고받아 관련 사항의 준수를 촉구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금감원에 제출한 이행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티몬은 1차 MOU 당시 지난해 말까지 유동성 비율을 50% 이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MOU에서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서상 유동성 비율 개선 목표치는 올해 말 15%, 2026년 말 50% 이상으로 낮아졌다. 흑자 전환 및 신규 투자 유치 계획 등도 지켜지지 못했다.

MOU에는 이번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조치들도 포함돼 있었다. 1·2차 MOU 모두 경영개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력 및 조직 운영의 개선과 경비 절감을 요구하고 전자금융업 등록말소를 유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상환·미정산 잔액에 대한 보호 조치 요구도 신탁, 지급보증보험 가입 등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2차 MOU의 경우 “사업자는 미상환·미정산 잔액의 보호 조치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사업자의 노력 의무가 담겼다. 세부 경영개선 이행계획에는 투자 유치 시 투자금의 20%를 예치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항들이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등록업체인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에 대해 법적 권한이 없어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는 금감원의 관리 미흡을 지적하는 질타가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MOU를 맺어 놓고도 사후 관리가 전혀 안 됐다”며 “그냥 종이 쪼가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023년 12월에는 미상환 금액에 대해 별도 관리를 요구하고 자료 증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라면서도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편 티몬·위메프는 6년 전에도 납품업자에게 줄 대금을 밀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티몬·위메프는 2018년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겨 공정위로부터 각각 1600만 원, 9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업체는 납품업자에게 판매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도 지연 이자를 주지 않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정산 대금 유용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산 주기 관련해서는 법제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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