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사칭 또 노쇼…꽃집에 90만원 주문, 990만원 와인 사달라 요청까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최근 도시락, 고기 등 ‘군인 사칭 노쇼’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군인 사칭 남성이 한 꽃집에서 90만 원어치 화환을 주문하고 잠적했다.

30일 JTBC ‘사건반장’은 경북 안동에서 30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A 씨가 군인 사칭 노쇼(예약부도)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를 보도했다.

A 씨는 지난 22일 자신을 군인이라고 소개한 남성 B 씨로부터 “대대장의 사단장 진급 행사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화환과 꽃다발 등 90만 원어치를 준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B 씨가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 연락을 하거나 화환에 들어갈 문구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 A 씨는 의심을 거뒀다.

B 씨는 “대대장님이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니 꽃도 크고 화려하게 꽂아 달라”며 다음 날 오후 5시 30분쯤 수령과 동시에 결제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 당일, B 씨는 갑자기 수상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행사에서 마실 특정 와인을 대신 구매해달라며 한 와인 업체를 소개한 것이다.

B 씨는 “와인을 구매하기로 한 업체가 있었는데, 군수 과장과 단가 문제로 다퉈서 거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가 담당자 연락처를 드릴 테니 사장님이 그 업체에 연락해서 3병만 사달라”고 부탁했다.

B 씨가 구매를 부탁한 와인은 1병당 무려 350만 원이었다. 와인 업체 측은 A 씨에게 “신규 고객이니 330만 원에 드리겠다. 3병 하시면 990만 원”이라고 제안했다.

A 씨가 이 사실을 전하자, B 씨는 “견적서가 있어야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와인 업체는 “와인 값이 들어와야 견적서 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A 씨가 망설이자, B 씨는 “사장님이 먼저 결제해 주시면, 제가 이따 직접 가서 꽃값이랑 차액금 그리고 와인 값을 같이 결제하겠다. 총 60만 원을 할인받으시니 다 드리긴 어려워도 30만~40만 원을 얹어 드리겠다”며 웃돈까지 약속했다.

(JTBC 갈무리)

이에 수상함을 느낀 A 씨가 약속한 화환 수령 시간까지 와인 값을 송금하지 않자, 선결제를 계속 요청하던 B 씨는 끝내 잠적했다.

A 씨는 “처음엔 되게 좋았다. 군부대 주소도 보내서 정말 믿었고, 990만 원을 보내려고 했다”며 “근데 내가 이 사람을 뭘 믿고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군인인 후배 신랑에게 연락하자, 사기니까 거래하지 말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문 들어왔던 90만 원어치 꽃은 결국 폐기 처리했다. 속상하다. 그래도 990만 원 안 보낸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B 씨가 소속돼 있다고 주장한 ○○보병사단 측은 “대대장 진급 행사도 없었고, 우리 사단에 해당 남성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3일 군인이라고 주장한 남성으로부터 270만 원어치 고기 노쇼를 당한 정육점 사장은 B 씨 목소리를 듣더니 “제게 노쇼한 남성과 목소리 자체가 비슷하다. 같은 사람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