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페니 웡 호주 외교 장관이 30일 가진 여성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호주 대사관 제공.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30일 서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웡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에 대해 “북한의 도발 행위와 비도덕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규범과 질서가 시험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한국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위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무력 공격에 맞서고, 이웃국의 안보를 재확인하기 위해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호주는 유사 입장국” 여러 차례 강조
웡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무기 거래를 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를 중단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대북제재 이행)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국제사회의 ‘CCTV’ 역할을 하던 전문가 패널이 해산된 뒤 우리 정부는 미·일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유엔 안팎에 별도의 감시기구를 꾸리는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주 외교 수장도 강력한 지지의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의 ‘필러(pillar2·기둥)’ 분야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웡 장관은 한국 참여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 상황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오커스 기존 회원국들 사이에 향후 필러2가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에 대한 협의와 고려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양국의 협력은 ‘필러2’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국방, 경제, 기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외교 국방장관 2+2 회담을 개최하는 국가는 호주가 유일한데 이는 양국의 상호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자율무기·극초음속미사일·사이버안보 등 8개 분야에서 첨단 군사 역량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로 구분된다.
그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오커스’를 비롯한 동맹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오커스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며 “호주와 미국은 어떤 정당이 집권하던지 양국 관계를 심화시켜왔다”고 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페니 웡 호주 외교 장관이 30일 가진 여성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호주 대사관 제공.
호주와 중국은 2018년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무역 분쟁’을 극복하고 관계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웡 장관은 “대중 외교의 원칙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협력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반드시 표출하고 국익에 기초해 대중국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남중국해 분쟁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은 호주와 한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무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호주와 중국은 2018년 반중 성향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집권 이후로 무역 갈등을 겪어왔다. 호주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면서 중국이 2020년 5월부터 호주의 대중 주력 수출품인 보리나 와인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을 중단한 것. 양국 갈등은 2022년 5월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 정권이 출범한 뒤로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웡 장관은 내년부터 호주 측의 전액 지원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호주 대학의 초빙 교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한국과 호주의 인적 교류도 강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간 이미 굳건한 인적 협력이 광범위하게 공고화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 측이 전액 지원으로 초빙 교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미국 하버드, 일본 동경대에 이어 서울대가 세 번째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