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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vs 伊, 펜싱 금메달 논란에 ‘파인애플 피자’가 등장한 이유는?

입력 | 2024-07-31 14:27:00

‘펜싱 강국’ 이탈리아, 홍콩에 패배하자
펜싱 연맹, 올림픽위 공정성 논란 불 지펴
성난 홍콩 팬과 이탈리아 팬, 온라인서 장외 설전
피자헛 홍콩, ‘파인애플 토핑’ 이벤트 열며 조롱
정작 패배 선수는 “홍콩 메달 자격 있어”




피자헛 홍콩 & 마카오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 대표팀의 메달 획득 사실을 축하하며 7월 말까지 모든 매장에서 피자 주문 시 파인애플 토핑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화면

요리에 자부심 강한 이탈리아인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공격이 또 있을까. 피자헛 홍콩 & 마카오가 실시한 피자에 ‘파인애플 무료 토핑’ 행사는 현재 홍콩과 이탈리아 양국 팬들 간에 벌어지는 온라인 공방이 올림픽 못지않게 얼마나 치열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홍콩의 청카룽이 이탈리아 필리포 마키에 15-14로 신승하며 금메달을 가져갔다. 여기서 심판진이 세 번의 다시 보기(리플레이)를 거쳐 청카룽의 마지막 득점을 인정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탈리아의 코치는 마키를 ‘도덕적 승자’라고 칭하는 등 반발했다.

파올로 아치 이탈리아펜싱연맹 회장은 “마키가 진정한 승자다”라며 “그는 마땅히 받아야 할 금메달을 받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도 “결승전 심판진들이 홍콩과 인접한 한국과 대만 출신”이라고 거들었다.

‘펜싱 강국’의 명예를 안고 있던 이탈리아로선 그만큼 이번 패배를 쉽게 인정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는 직전 도쿄 올림픽까지 펜싱 종목 최다 금메달 획득(48개) 국가다.

29일(현지시간) 홍콩의 금메달리스트 청카룽(가운데)이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에서 상대한 이탈리아 필리포 마키(왼쪽·은메달)와 메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파리=AP, 신화



이탈리아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 홍콩 팬들도 반격에 나섰다. 청카룽은 두 개의 올림픽(도쿄올림픽,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홍콩 출신 첫 선수. 도쿄올림픽까지 금메달이라곤 두 개밖에 없었던 상황에 홍콩 팬들로선 청카룽의 이번 승리가 더 값질 수밖에 없었다. ‘청카룽 사수’에 나선 홍콩 팬들과 자존심 상한 이탈리아 팬들은 청카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대 삼아 날 선 장외 설전을 벌였다.

“이 기쁜 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든 레스토랑에서 피자 주문 시 파인애플 무료 토핑을 제공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피자헛의 이번 이벤트는 조리 방식은 물론이고, 먹을 때에도 “이탈리아인이 특유의 미적 철학과 전통을 고집한다”라며 조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1월 CNN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피자 장인이 “편견을 깨겠다”라며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었지만, 그 가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모욕적인 글이 달리는 등 논쟁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콩 피자헛은 7월 말까지 주문받은 피자에 무료로 파인애플 토핑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금메달 이후 이탈리아를 겨냥한 홍콩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정작 이 경기에서 패한 마키는 함께 심판진을 비판하자는 자국 팬들의 부추김에도 덤덤한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존경하던 어느 챔피언이 과거에 ‘메달리스트의 승리를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라며 “이번 (청카롱의) 메달도 기쁨과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