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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복판서 하마스 지도자 피살…격랑에 빠진 중동 정세

입력 | 2024-07-31 15:12:00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이란 방문…하마스, 보복 시사
팔 총파업 기류…이·헤즈볼라 대치 속 긴장 악화
이란, 자국 수도서 피살 발생하자 긴급 회의 열어



ⓒ뉴시스


중동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정면충돌 위기감이 고조하는 가운데,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피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프레스TV와 메흐르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기습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거처에서 공격을 받았고, 함께 있던 경호원 1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하마스는 즉각 이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기습 이후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야히야 신와르 등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추적하고 적지 않은 하마스 간부를 제거했다.

하마스는 이 사건 관련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라며 향후 지하드(이슬람교도의 종교적 전쟁)와 승리를 공언했다. 하마스 고위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됐다”라고 했다.

하니예는 가자 전쟁 진행 과정에서 주변 중동국과 접촉을 맡은 인물로,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 중이었다. 그의 사망으로 향후 인질 협상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나아가 하니예의 사망 소식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정면충돌 우려로 한층 불안정해진 중동 정세를 격랑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기에 앞서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공격 대응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전격 공습했다.

같은 날 연이어 발생한 공습·암살 소식에 국제사회는 향후 정세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가자 해법에 몰두해 온 미국이 상황을 주시 중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하마스뿐만 아니라 서안 지구를 담당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와 기타 이슬람 무장 정파가 이 사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이날 공격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규정했고, 팔레스타인 진영에서는 총파업 기류가 감지된다.

역시 이슬람 무장 단체인 이슬라믹지하드는 이날 레바논 언론을 통해 “이번 (하니예) 암살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과 하마스만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이는 또한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란은 자국 수도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 이후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하니예의) 피는 헛되이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테헤란에서 발생한 하니예의 순교는 이란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간 흔들리지 않는 유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에서는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사령관들과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SNSC)가 이 사건 대응을 위해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어떤 방식로건 대응에 합류할 경우 이미 불안정하던 중동 정세가 쉬이 헤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