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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 이후 ‘감기 항생제 처방’ 9%p↑…20여년 만에 증가

입력 | 2024-07-31 15:43:00

심평원, '2023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공개
"바이러스 감염. 항생제 사용 권장하지 않아"



ⓒ뉴시스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후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이 9%포인트(p)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증가한 건 2002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동시에 유행함에 따라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항생제, 주사제 등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약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적정 사용을 도모하고자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 적정성 평가는 5만4017곳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과 급성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이에 심평원은 항생제 처방률 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은 41.42%로 전년(32.36%)보다 9.06%p 증가했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2002년 73.3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가 작년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병원 50.97%, 의원 40.90%, 종합병원 32.79% 순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으며 상급종합병원이 4.44%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48.68%로 가장 많이 처방했고 소아·청소년 42.89%, 성인 40.37%, 고령자 27.24% 순이었다.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59.76%로 전년(54.06%) 대비 5.70%p 늘었다. 2016년 60.80% 이후 감소하다가 작년에 다시 증가한 모습이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병원이 60.09%로 가장 높았고 상급종합병원이 8.87%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62.65%로 가장 높았으며 고령자는 44.30%로 처방률이 가장 낮았다.

급성 상·하기도감염으로 진료한 명세서 건수는 지난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모두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유행하면서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의 감별 진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하기도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세균에 의한 이차 감염을 우려해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임상 현장의 어려움이 있지만 항생제는 적절하게 처방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 발생 위험과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급성상·하기도감염은 주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인 만큼 항생제 처방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주사제 처방률은 12.60%로 전년 10.77%보다 1.83%p 증가했다. 처방 건당 약품 목수는 3.82개로 전년보다 0.18개 늘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주사제는 경구투약을 할 수 없거나 경구투약 시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가 있는 경우, 응급환자에게 신속한 치료 효과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평원은 앞으로도 주기적인 항생제 처방률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기관에는 별도로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