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을 저지하고자 5박 6일간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벌인 국민의힘이 숨 돌릴 틈 없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두고 다음 방어전에 들어갈 태세다. 당내에서는 무의미한 소모전이라는 볼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로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간 협의가 안 된 법안이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국민께 부당성을 알리는 무제한토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필리버스터 준비에 들어갔다. 두 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회부됐다.
민주당은 45개 법안을 당론으로 지정한 뒤 줄줄이 밀어붙이고 있어 국민의힘 내에서는 언제까지 자원 소모가 극심한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다수다. 당론 법안은 탄핵소추안, 국정조사 요구안 외에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법안들이 주를 이룬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소수지만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이 문제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민주당 당론이 45개니 45박 46일 채워야 하는 거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총회에서도 한 중진 의원은 “매번 필리버스터를 여는 것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질타하면서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 필리버스터로 소모적 정쟁을 이어갈 필요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집권 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공식화하고도 필리버스터에 묶이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비판했다.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비쟁점·민생 법안은 사실상 0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대 막판에도 쟁점 법안 때문에 여야 간 쟁점조차 없는 법안들까지 모두 폐기됐다”며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게 국익과 국민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 여야 지도부 모두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