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발렌시아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냄비 등 주방 기구를 두드리는 방식은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남미의 전통이다. 발렌시아=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부정선거 논란으로 촉발된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군경의 강경 진압 속에 야권 인사를 포함한 시위대 체포도 늘어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인권단체 포로페날 등에 따르면 28일 이후 전국에서 시위에 나섰던 야권 지지자 중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미성년자인 15세 소년과 16세 소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군은 “전날 전국 여러 지역에서 공공기관 건물이 파손되고 국가 정체성 상징물이 부서지는 등 폭력 행위가 이어졌다”며 “1명의 장병이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한 가운데, 레미히오 세바요 법무부 장관은 국영TV 방송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 파괴 등 국가 분열을 꾀하는 공격을 차단하고 범법자를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베네수엘라 검찰은 경찰과 군인 4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74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무조건적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 후안 과이도 전 임시 대통령이 군 세력을 동원해 군사 봉기를 일으켰을 때에도 로페스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의 편을 들어 진압에 나섰다.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이 투표소 단위로 투명하고 상세한 개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이번 베네수엘라 선거가 남미 민주주의의 중요한 순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도 설명했다.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X’에서 “야당 구성원에 대한 체포는 마두로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이번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지는 이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를 지원하는 군경의 무장 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7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불법 체포와 고문, 성범죄 등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