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조선’ 펴낸 임채성 日릿쿄대 교수 “해마다 소 4만~6만마리 끌고가 일본내 조선 소 비율 15% 달해”
그런데 이 기간 조선에 남은 소는 ‘왜소’해졌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조선가축위생통계’에 따르면 1930년 224kg이었던 조선 암소의 체중은 1942년 185kg으로 17%가량 감소했다. 수소는 같은 기간 377kg에서 277kg으로 27%가량 줄었다.
식민지 시기 기존 경제사의 분석 범위는 대개 쌀과 같은 일부 식량에 한정됐지만 이 책에서는 우유, 사과, 소고기, 홍삼 등 9가지 식재료를 폭넓게 다룬다. 임 교수는 “최근 세계에서 인기 있는 ‘K푸드’의 전사(前史) 같은 책”이라고 했다.
홍옥과 국광 등 서양 사과가 조선으로 유입된 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산과 경쟁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임 교수는 “특히 일본과 가까운 경상도를 통해 건너간 사과는 일본 아오모리 사과와 경쟁했다”며 “제국주의 시대였지만 우리 수출품이 일본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오사카 시장에서 조선 사과가 10%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한일의 음식 교류는 평등하지 않았다. 양질의 식재료가 일본으로 수탈되면서 조선인의 영양 상태는 나빠졌다. 한국인 1인당 열량공급지수(곡물 및 감자류 기준)는 1940년대 중반이 되자 20년 전 기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성인 남자의 평균 신장도 1∼1.5cm 줄었다. 임 교수는 “당시 한반도 인구는 증가했는데 이에 걸맞게 식료 공급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다 보니 영양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