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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에너지 구독 서비스… 기업들 RE100 달성 도울 것”

입력 | 2024-08-01 03:00:00

[행복 나눔]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관리 기업 ‘식스티헤르츠’
8만 곳 친환경 발전량 AI로 예측
공기업-기관 등 3000여 곳서 사용… 공공데이터 우수 사례 ‘대통령상’
기업 대신 재생에너지 구매해 제공… 전담 인력 없어도 RE100 달성 가능
“IT기술 활용 기후위기 대응 기여”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식스티헤르츠’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규 대표가 ‘햇빛바람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정보기술(IT) 분야 소셜 벤처인 식스티헤르츠는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 8만여 곳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햇빛바람지도 등 다양한 기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회사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소셜벤처 기업 ‘식스티헤르츠’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규 대표(41)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식스티헤르츠는 전력망에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완전한 균형을 이룰 때 유지되는 주파수 ‘60Hz’를 뜻한다. 이 업체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의 분산전원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돕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 ‘기술 활용한 사회적 기여’ 고민

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학부 시절부터 ‘기술을 통한 사회적 기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2012년에 한 태양광 회사 창업 과정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고 2014년에는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고 희귀질환 진단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아쇼카재단이 주최한 ‘헬스케어 솔루션 발굴 프로젝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독일 베를린으로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유학을 떠났는데 독일인들이 원하는 에너지원을 선택적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국내에선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일률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지만 독일에선 재생에너지 등 원하는 에너지원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과거 태양광 회사에서 일하며 한계를 느꼈던 영리기업 대신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셜벤처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대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박사 학위 과정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IT를 활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소셜벤처 기업 식스티헤르츠를 창업했다. 그는 “지금 당장 죽는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동안 배운 IT를 활용해 에너지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 AI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김 대표는 먼저 공공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상정보 등을 활용해 태양광·풍력에너지 발전소 약 8만 개의 발전량을 확인하고 예측하는 ‘햇빛바람지도’를 만들어 무료로 공개했다. 그는 “유동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한눈에 확인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햇빛바람지도는 공공데이터 활용 우수 사례로 꼽히며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6대 발전 공기업을 포함해 기업과 기관 3000여 곳이 사용하고 있다.

식스티헤르츠는 2023년 발전량 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산전원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스크럼’ 서비스를 만들어 ‘2023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월 구독 방식으로 기업들에 재생에너지를 대신 구매해주는 ‘월간햇빛바람’ 서비스를 통해 재생에너지 구매 전담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도 ‘RE100’을 쉽게 달성하도록 돕고 있다.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식스티헤르츠는 현재 직원 52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대표를 처음 맡아 기업 규모가 커지며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다른 회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란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해외에 사업장을 둔 기업에 대한 ‘RE100’ 지원을 위한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자동차 부품, 반도체 분야에서만 ‘RE100’이 회자됐다면 이제는 제약사 약품 생산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이 요구된다”며 “글로벌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함께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소기업들에 꾸준히 보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IT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