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정책사회부
물론 환경과 여건이 달라지고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정책은 얼마든 바뀔 수 있다. 그런데 댐 건설과 백지화를 반복한 이유를 보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상 기후로 국지적 돌발 홍수가 증가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며 댐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 충남 지천댐 등 총 14곳이 후보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댐 정책 패러다임을 건설에서 관리로 전환한다”며 이미 건설에 착수한 원주댐과 봉화댐을 제외한 12개 댐 건설을 모두 없던 일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댐을 추가로 만들지 않아도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대응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같은 설명을 내놓으며 정부 스스로 추진했던 정책을 부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지역 주민 설득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강권역 수입천댐 예정지인 강원 양구군 방산면 일대는 2001년 댐 후보지였다가 주민 반대로 2007년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17년 만에 댐 건설이 다시 추진되자 주민들은 “다시 고통을 강요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금강권역 지천댐 건설 예정지인 충남 청양군도 1991년과 1999년, 2012년 등 세 차례 댐 건설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에 모두 무산된 곳이다.
댐 건설까지는 10년 정도 걸린다. 그런데 6년마다 정책이 틀어지는 상황에서 순순히 수몰에 동의할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댐 건설이 다시 취소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삶의 터전을 포기할 결심도 쉽게 서지 않을 터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설명회와 공청회 등 주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환경부는 단순히 “2018년과 지금의 기후 환경이 다르다”고 할 게 아니라 정책이 바뀐 배경과 댐의 필요성에 대해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극복할 수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