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정산대금 끌어다 사실상 금융업 헐값 상품권은 회사채 발행 효과 금융당국 “이커머스 감독 의무 없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티몬·위메프가 매월 판매사 정산대금 1조 원을 쌈짓돈처럼 관리하며 유사 금융업체처럼 활동해 왔지만 금융당국이 규제와 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가 고객 돈을 끌어다가 이곳저곳 굴리는 사실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이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해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이커머스 기업의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규정하는 법규가 없다. 이 때문에 티몬·위메프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돈이자 판매자에게 줘야 할 정산대금을 40일 넘게 갖고 있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가 한 달 동안 들고 있는 정산대금이 1조 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티몬·위메프는 판매자들이 한 달 넘게 정산을 기다리는 동안 이 대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 정산대금을 채무를 갚거나 회사를 확장하는 데 쓰더라도 금융당국이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선 티몬·위메프가 사실상 무이자로 고객 자금을 끌어다가 비인가 투자사처럼 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티몬·위메프 자본잠식 상황을 2년 전부터 알면서도 제대로 점검하고 개선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2022, 2023년 티몬·위메프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분기별로 회사 상황을 보고받아 왔지만 사태가 터지기 전 한 번도 현장 점검을 나간 적이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금 정산 기능이 일부 들어간 이커머스를 관리감독하는 건 맞지 않다”며 “조만간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판매자 정산 용도로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방안을 뒤늦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 등의 금융회사와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약 체결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