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연준은 최근 이어진 인플레이션 하락세와 노동시장 냉각을 반영해 통화정책 결정문의 곳곳의 표현을 수정했다. ‘고용이 여전히 강세다(remained strong)’는 이전 문구를 ‘둔화됐다(moderated)’로 바꿨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remained low)’는 표현은 ‘증가됐지만 낮게 유지되고 있다(moved up but remains low)’로 고쳤다. 무엇보다 달라진 부분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던 표현을 ‘두 가지 책무를 모두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바꾼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책무라 ‘물가’와 ‘고용’을 모두 안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날 결정문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너무 늦게 내리면 고용이 타격을 받고,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결정을 내리는 게 아주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의 물가와 고용은 우리가 그간 보길 원했던 딱 좋은 추세를 보이고 있고 더 이상의 고용 냉각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다음 금리 결정시기인 9월까지 갑작스런 인플레이션 상승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금리 인하를 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앞서 연준이 ‘2% 달성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하게 봐 온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6월 상승률은 전년 대비 2.5% 상승해 이미 2%대에 진입한 바 있다. 6월 미국의 실업률도 4.1%로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지며 고용 시장의 빠른 냉각을 반영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연준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금의 물가와 고용상태는 정확히 우리의 기대와 부합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본 건 불과 한 분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데이터를 통해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경제정책에서 마치 안정된 듯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 변경으로 갑자기 상승하며 더 큰 피해를 줬던 것을 걱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 지표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는) 테스트가 충족된다면 9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며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데이터의 총체성, 생성되는 전망, 위험 균형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 FOMC회의는 9월 17일과 18일에 열린다. 9월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그 범위는 0.25%포인트 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고용 냉각을 고려해 0.5%포인트가 인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준의 결정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고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9.46포인트(0.24%) 오른 4만842.79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85.86포인트(1.58%) 상승한 5522.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51.98포인트(2.64%) 오른 1만7599.4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