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청역 참사 운전미숙 탓…풀액셀 밟아, 시속 107km 돌진”

입력 | 2024-08-01 10:01:00

경찰 “차량 결함 없어”…운전자 구속송치



ⓒ뉴시스


경찰이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을 운전 조작 미숙으로 최종 판단했다. 가속 및 제동 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차량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1일 오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시사상) 혐의로 운전자를 검찰에 넘겼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 주변 폐쇄회로(CC)TV 12대 및 블랙박스 4개의 영상 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바 (사고의 원인은)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운전자 차모 씨(68)가 역주행하다가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지 한 달 만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제동장치 등에서 기계적 결함은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서도 제동페달이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중 제동등도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액셀을 세게 밟은 상태에서 사고 등 강한 충격이 순간적으로 가해졌을 경우 마찰이 생겨 신발 밑창에 페달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예시. 채널A

차 씨가 신었던 신발 밑창에서는 가속기 페달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류 서장은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가속페달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며 “가속페달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차 씨가 가속페달을 최대 99%까지 강하게 밟았다가 순간적으로 발을 떼는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변위량 99%이라고 하면 악셀을 끝까지 밟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마지막에 BMW 차량 충격 이후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차 씨가 가속페달을) 쭉 밟고 있었다”며 “0으로 떨어졌다는 게 순간적으로 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하지 않았나 (판단한다)”라고 했다.

뉴스1

차량의 최고 속력은 시속 107km로 파악됐다. 차 씨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가드레일(방호울타리) 쪽으로 주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도로 돌진한 이유에 대해 운전자가 진술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주행 중 왼쪽에 보행자 울타리가 있지 않느냐”면서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으로 보행자용 울타리를 충격했다고 (차 씨가)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차 씨가 당시 사람은) 못 봤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차 씨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차 씨는 구속되기 전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