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의 중국집 ‘왕왕’에서는 1만2000원대의 다양한 1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김도언 소설가 제공
행정구는 다르지만 맞닿은 동네 연희동과 연남동은 뭐니 뭐니 해도 서울 중화요리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연희동·연남동 일대에 화교들이 유입된 것은 1969년 명동에 있던 한성화교 중고등학교가 연희동으로 옮겨가면서 화교들이 상대적으로 통학 환경이 좋은 연희동과 연남동으로 대거 이주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화교의 숫자는 어림잡아 8000명을 헤아린다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연희동과 연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왕(旺旺)은 그런 연희동의 중심, 도로명 주소조차 ‘연희맛로’라고 명명된 거리에 들어서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벽에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글씨 등이 적힌 편액과 홍등이 걸려 있어 정통 중국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주인장은 40대의 젊은 화교 3세인데 부인과 함께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친이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이들 가계의 한국 정착의 역사는 80여 년을 헤아린다.
김도언 소설가
그런데 이 집은 단품 식사메뉴가 아니라 요리로 분류되는 탕수육, 유린기, 깐풍기(육), 라조기(육), 잡채, 칠리중새우, 멘보샤 등이 2024년 7월 현재 모조리 1만2000원이다. 놀라운 것은 혼자 찾아오는 식객을 위해 그런 서비스 메뉴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중국집에 가서 요리를 시키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닌데 그토록 착하고 기특한 아이디어를 낸 것. 맛과 향미 또한 연희동 중화요리 골목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 중국음식의 시그니처 격인 짜장면과 짬뽕 또한 각각 6000원과 8000원으로 연희동 중국집 골목에서는 좀체 만나기 힘든 가격이다. 맛도 기대를 충족시키는 건 물론이고.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