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한 "인선은 당대표 권한" 발언 당일 사의 표명 친한계 "목적은 최고위 안정화…한, 신뢰하는 분 후임 모실 것 " 후임 당직 인선 통해 친정 체제 강화 기반 마련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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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친윤계(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관철시키면서 친정체제를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의장의 사퇴는 전당대회 이후 당 운영 주도권을 한 대표가 쥐게 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한 대표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후임 정책위 의장으로 인선해 당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를 친한계 중심으로 재편하는 수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가 임명한 서범수 사무총장이 요구한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 일괄 사퇴는 향후 한 대표가 친한계를 당 핵심에 배치해 친정체제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사퇴를 안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선은 당대표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이 변화해야 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서 사무총장의 당직자 일괄사퇴 요구를 승인하는 형태로 정 의장 사퇴를 압박했다. 당직 인선은 당대표 권한이라는 한 대표의 발언은 전날 보다 더욱 강화된 사퇴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정 의장은 같은날 오전 최고위원회까지 거취에 대해 침묵했다. 정 의장이 사퇴하면 최고위 주도권이 현재 친윤계에서 친한계로 넘어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 의장의 침묵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당무는 대표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별개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대표에게 정 의장 유임을 권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향해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 의장은 한 대표의 발언 이후인 같은날 오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당직자”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다”고 사의를 밝혔다.
이처럼 사실상 대통령의 용인하에 친윤계가 반대했던 정 의장 교체를 성사시키면서 한 대표는 당 장악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내건 변화와 당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도 여전하다. 한 친윤 중진 의원은 “(정 의장을 사퇴시키는) 방식이 거칠었다. 매끄럽지 못했다. 의원들은 별로 안 내켜한다”고 전했다. 정 의장 유임을 기대했던 친윤계 입장에서는 한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쉽게 협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 대표는 정책위의장 교체를 어렵게 관철시켰지만 당 변화와 당내 통합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고 당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