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식당에서 국내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고 완쾌한 락바바토르 군(5)이 부모와 함께 손을 펴 보이고 있다. 수술 전에는 생후 10개월 때 양 손가락에 입은 큰 화상으로 손가락을 펼 수 없었다고 한다. 울란바토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꼭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저녁식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몽골에서 여러분들이 해 주신 수술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락바바토르 군은 생후 10개월 때 가열된 커피포트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손가락을 못 펴고 살았는데 지난해 7월 현지를 찾은 경기도 의료봉사단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가 손가락 상태를 보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현지에서는 수술 장비가 부족해 치료가 어려웠다.
락바바토르 군의 치료 의지도 강했다. 국내에서 수술 및 치료를 받을 때 가족처럼 돌봤던 성빈센트병원 최영해 약사는 “아이가 ‘말을 탈 때 고삐를 꼭 잡고 타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며 “의사에게도 ‘수술할 때 피가 나도 좋으니 꼭 고쳐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히려 낯선 한국에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도 했다.
몽골에서 만난 락바바토르 군은 의료봉사단원들에게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모두 사랑합니다. 저도 꼭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미담은 몽골에서도 알려져 경기도 의료봉사단이 지난달 23일 몽골에 도착했을 때 현지 언론에 소개 되기도 했다.
경기도 의료봉사단 102명은 지난달 23일부터 5일 동안 울란바토로 외곽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도 목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개를 펼 수 없었던 10세 소년, 오른쪽 귓바퀴가 거의 없는 소이증을 가진 16세 소녀 등 치료를 받아야 할 몽골 어린이 12명을 발굴했다. 이들 중 3명 정도는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큰 화상을 입어 목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던 뭉트바야르 군(10)은 매일 학교에서 놀림을 받다 우울증까지 걸렸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에 통역자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이라면 피부를 늘리는 수술을 받고 쉽게 좋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현지 여건상 그렇게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