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기준 금리를 동결한 후 기자 회견을 갖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제 기준금리(5.25∼5.50%)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고용시장 과열이 냉각되고 있는 만큼 강력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에 앞서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은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자 일찌감치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은 지난달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를 5개월 만에 또 낮췄고, 6월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슈퍼 엔저’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린 일본을 빼고는 주요국들이 경기 악화에 대응해 금리를 낮추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도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세 둔화 등을 감안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마이너스(―0.2%)로 돌아서자 선제적 금리 인하론까지 제기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 예고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금리를 낮출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이런 불안 요인을 그대로 안은 채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기름을 부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거비 부담이 물가 상승을 다시 부채질하고 가계 소비를 제약해 경기를 더 끌어내릴 공산이 크다. 물가 안정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으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피벗 타이밍을 찾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통화정책 전환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시장에 확실하고 정교한 신호를 보내 집값 불안부터 서둘러 잠재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