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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기로만 35년, 감동의 두드림

입력 | 2024-08-02 03:00:00

1989년 창단 한국대표 ‘카로스’
“타악기가 주인공 되는 앙상블”
20일 예술의전당서 정기연주회
합창교향곡-300명 합창단 협연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35주년 기념 연주회를 여는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의 공연 모습.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제공



한국 대표 타악 앙상블인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35주년 정기연주회 ‘세계를 흔들어라 카로스’를 연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는 ‘환희의 찬가’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타악 앙상블과 합창단 300명의 협연으로 연주한다.

카로스 앙상블은 서울 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 KBS교향악단 타악 수석이었던 이영완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수많은 형태의 앙상블이 창단되고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라틴어로 ‘사랑’ ‘아름다움’을 뜻하는 ‘카로스’의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음악 수도 빈을 대표하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했다.

이 앙상블의 이영완 음악감독은 “앞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력하며 사회 음악 교육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제공

35년 전 29세의 나이로 카로스 앙상블을 창단한 이영완 음악감독(64)은 “타악기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이 되는 앙상블을 만들고자 겁 없이 창단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타악기만의 독립적인 악단이 없다면 타악인들이 사회에 대한 봉사나 세상을 이끄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단원 16명 중 5명은 창단 멤버이며 윤경화 악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오래 함께 호흡하면서 실력이 계속 늘었죠.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뽐낼 수 있는 타악 앙상블이라고 자부합니다.” 타악 연주자는 한 사람이 팀파니에서 마림바(목금),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까지 모든 타악기를 연습하고 연주한다. “모든 멤버가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죠.”

이번 콘서트는 슈체드린 편곡 비제 ‘카르멘 판타지’로 시작해 바흐 ‘두 대의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으로 이어진다. ‘전람회의 그림’은 올해 4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가니스트 김희성(이화여대 교수) 협연으로 연주한 바 있다. 피아노곡인 원곡이나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연주와는 다른 리드미컬한 박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의 타악 앙상블 연주에 대해 이 감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웅장하고 섬세한 효과를 내기 위해 편곡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타악 앙상블만의 다이내믹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가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신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35년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이 감독은 지난해 빈 무지크페라인 공연을 떠올렸다. “파헬벨 ‘캐논’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객석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박수가 나올 때 몇몇 관객이 일어서서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음악 수도로 불리는 빈의 관객들에게도 큰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데 저희 자신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카로스 앙상블은 강동아트센터와 강남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 활동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양천문화재단과 제2회 서울 두드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생활 동아리 지원 사업으로 누구나 타악기를 배우고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카로스 아카데미 다함께 타타타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을 묻자 이 감독은 “믿고 따라준 단원들이 카로스 앙상블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급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타악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누구나 쉽게 타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타악 인재 개발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