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탄핵 공세에 ‘버티기’ 수순… 오늘 병가 내고 국회 질의 불출석 尹, 李에 임명장 주며 “고생 많다” 與, ‘25만원 지원’ 필리버스터 돌입… 野, 오늘 강제종료후 李탄핵안 표결
조국과 대화 나누는 이재명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되고 난 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앞줄 오른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앞줄 왼쪽)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날 열린 본회의에 보고했다. 이 위원장이 임명된 지 하루 만이다. 야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의힘은 “1년 새 방통위원장 3명을 탄핵하겠다는 것, 신임 위원장 첫날 탄핵하겠다는 건 국정 폭력이자 테러”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착수했다. 여당은 두 법안에 모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다시 시작했다. 야당의 강행 처리에 여당은 필리버스터로 맞서고, 결국 이를 대통령이 거부하는 악순환의 도돌이표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 野, 이진숙 탄핵 이어 국정조사도 예고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야당은 2일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한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킨 뒤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는 즉시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은 관련 국정조사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현안 질의를 이어가며 여론전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과방위는 2일 방통위 운영에 대한 현안질의를 열기로 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이 위원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불출석 사유서에 아프다는 내용을 썼다”며 “병가를 써서 내일 출근도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야당의 탄핵안 예고에 대해 “시간 두고 한번 봅시다. 수고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여권과 방통위 내부에선 이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과 달리 직무정지가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받으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직후인 오후 3시경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통상 임명장 수여 후 공식 취임식을 여는 것과 달리 전날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처리부터 마치고 이날 수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이 위원장에게 “고생 많으십니다”라며 손을 건넸고 임명식에 함께 참석한 이 위원장 배우자에게 꽃다발을 주며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하고 있는 건 ‘무고 탄핵’”이라고 맹비난했다. 한 대표는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을 당할 만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가능한가”라며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 제도를 정치 잔기술로 희화화하는 행태를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론 법안인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에도 나섰다.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에 이어 7번째 강행 처리 법안이다.
여당은 민생회복지원금법이 먼저 상정되자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3일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 표결은 8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3, 4일 주말 동안 민주당 호남 전당대회 일정이 있어 3일엔 물리적으로 표결이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는 3일 밤 12시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에 맞춰 종료되며 노란봉투법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이 또다시 막무가내로 악법 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비판하며 “‘경제는 망가지건 말건 달콤한 현금부터 뿌리며 막 살자’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이를 ‘먹사니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막사니즘’”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