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최고위 친한 5 - 친윤 4 구도 가닥
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경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상으로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결국 당원과 동료 의원이 원하는 것은 당의 화합과 지방선거, 대선 승리라는 측면을 고려해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헌상 정책위의장 임기가 1년임을 강조하며 한 대표의 사퇴 압박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앞서 오후 3시경 기자들과 만나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 달라는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사퇴 필요성을 밝혔다. 전날 친한계 서범수 사무총장이 “당직 일괄 사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정 의장이 ‘침묵’으로 거부하자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韓, 최고위 친한 과반 확보 의지
鄭 사퇴하며 “대표, 면직권 없어”
尹-鄭 서로 ‘정 공’ ‘석열이형’ 불러
친윤계 반발에 갈등 불씨 남아
후임 정책위의장에 TK 김상훈 유력
鄭 사퇴하며 “대표, 면직권 없어”
尹-鄭 서로 ‘정 공’ ‘석열이형’ 불러
친윤계 반발에 갈등 불씨 남아
후임 정책위의장에 TK 김상훈 유력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뒤를 지나가고 있다. 한 대표가 이날 오후 “인선은 당 대표 권한”이라고 직접 사퇴를 압박하자 정 의장은 2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화합과 지방선거, 대선 승리라는 측면을 고려해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사퇴했다. 뉴시스
한 대표가 당 지도부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정 의장 교체 과정에서 친윤 진영의 반발을 사면서 “향후 계파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윤 핵심 의원은 “한 대표가 벌써부터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래선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 의원도 “한 대표가 측근의 입을 통해 사퇴를 압박하는 모습이 적절치 않았다. 적과 싸울 때나 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 정점식 “당헌상 당 대표는 면직권 없어”
정 의장의 사퇴 기자회견에는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 등이 함께했다. 당내에선 “정 의장의 사퇴에 대해 친윤 원내지도부가 불만을 함께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 의장은 “당헌상 정책위는 원내기구 산하에 설치돼 있다”며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다가 여러 사정을 감안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추인하고 임명하는 직”이라고 했다.
정 의장의 거취를 두고 친한-친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윤 대통령과 정 의장이 각별한 사이기 때문이다. 79학번인 윤 대통령이 84학번인 정 의장의 서울대 법대 선배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각각 23기, 20기로 윤 대통령이 기수가 낮다. 다만 군 복무를 한 정 의장과 군 면제인 윤 대통령이 1994년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같이 시작해 서로 ‘정 공(公)’, ‘석열이 형’으로 부른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이 거제 저도의 대통령 별장 ‘청해대’에서 휴가를 보낼 때는 정 의장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정 의장이 부인과 사별했을 때 윤 대통령이 빈소에 1시간가량 머물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와 저녁을 하며 ‘정 의장 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 한동훈 “당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친한 진영은 “정 의장의 버티기 뒤에 용산 대통령실이 있을 것”으로 봤었다. 한 친한계 인사는 “결국 용산에서 정 의장에게 물러나라는 사인을 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직 개편은 당 대표의 할 일’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인 만큼 정책위의장 유임 여부를 놓고 용산과 조율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게 당 대표 의지인데 대통령실에서 간섭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새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곧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책위의장에는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4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친한 핵심 의원은 “재선 이상 의원부터 원외 인사까지 폭넓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친윤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정확히, 제대로 받아야 할 것”이라며 “누가 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