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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다”…美·서방-러시아, 냉전 후 최대 수감자 맞교환

입력 | 2024-08-02 16:14:00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러시아가 석방한 전 해병대원 폴 윌런을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2024.08.02. [앤드루스 공군기지=AP/뉴시스]

[앤드루스 공군기지=AP/뉴시스]


“집에 왔다(I’m home).”

1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반경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러시아에서 취재 중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3월부터 감옥에 수감됐던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491일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그는 어머니를 얼싸안고 감격의 포옹을 했다. 공항에 직접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도 밝게 인사했다.

이날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포함한 미국인 3명, 미 영주권자 1명, 독일인 5명, 러시아 반정부 인사 7명 등 러시아에 수감됐던 총 16명이 석방됐다. 그 대신 서방 또한 독일 베를린에서 대낮에 체첸 인사를 공개 살해한 후 종신형을 선고 받은 뒤 독일 감옥에 수감됐던 러시아 연방정보국(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 등 8명을 러시아로 돌려보냈다. 양측은 튀르키예에서 수감자들을 맞교환했다. 냉전 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이렇게 큰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진 건 처음이다.

특히 크라시코프는 역시 정보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러시아는 물론이고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 등도 협상에 관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등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설득하며 협상에 관여했다. 올 2월 푸틴 대통령과 인터뷰한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 또한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석방을 건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브누코보 공항에서 서방이 석방한 자국 수감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무엇보다 조국으로 돌아온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가 수감자 24명을 동시에 석방하는 방식으로 맞교환했다. 2024.08.02. [모스크바=AP/뉴시스]




이번 수감자 맞교환은 11월 미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권 내내 ‘동맹 중시’ 외교를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힘든 협상에 함께해 준 동맹국에 감사한다. 동맹은 미국인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했다.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도 “외교의 힘, 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난 (재임 중) 여러 인질을 돌려받았고 상대국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그들(러시아)에게 현금을 주는가? 우리가 살인범이나 폭력배를 풀어주는가?”라며 못마땅해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에 돈을 주거나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