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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화성 개척 꿈꾸는 인류 야심, 공상과학에 그칠 것”

입력 | 2024-08-03 01:40:00

화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테라포밍… 과학적 관점서 가능성에 의문 제기
극지 해빙에 핵탄두 수천 개 써야… 폭발 핵먼지가 태양 빛 가릴 수도
허황된 꿈 자극한 이윤 추구 우려… “화성 개척 대신 온난화 해결부터”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아메데오 발비 지음·장윤주 옮김/260쪽·1만7500원·북인어박스



저자는 우주 식민지 건설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이 기술적,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화성의 온도를 단 몇 도 올리는 것조차 현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것.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정착하겠다는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유감이다. 지구 바깥에 제2의 정착지를 만들겠다는 인류의 야심 찬 시나리오는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게 책의 주된 내용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물리적 한계를 피할 순 없다는 것.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흔드는 화성행 탑승권이 잘해야 ‘편도’ 탑승권이라는 얘기가 실망스럽긴 하지만 한번쯤 이런 의견도 눈여겨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지구라는 요람을 돌아볼 기회는 될 테니 말이다.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로 로마 토르 베르가타대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주 식민지 건설이라는 오랜 꿈과 이로 인해 직면할 현실적인 한계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게 가능한지, 기술적·생물학적·윤리적 문제는 없는지, 더 나아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과학 출판물에 주는 이탈리아 최고 권위 상인 갈릴레오상 대상에 선정된 책이다.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들은 이번 세기 안에 화성에 도시를 세울 수 있다고 공언한다. 머스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성에 인구 100만 명 규모의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승객 1명당 화성 여행 비용을 20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로 낮추기 위해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스타십 프로젝트에는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는 방법만 있을 뿐, 장기간의 우주비행에 따른 방사선 노출이나 무중력 상태를 해결할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빠져 있다.

숱한 어려움을 뚫고 화성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다. 화성의 극지 얼음을 녹이려면 수천 개의 고출력 핵탄두를 며칠에 걸쳐 폭발시켜야 하는데, 이때 오늘날 전 세계에 비축된 것보다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 폭발로 인해 방출된 막대한 양의 핵 먼지가 태양 빛을 가려 화성을 지금보다 더 냉각시킬 수도 있다. 결국 화성 기후를 지구처럼 만들겠다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약 화성을 테라포밍할 기술이 있다면 지구 온난화를 먼저 해결하는 게 훨씬 쉽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지적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다.

그렇다고 저자가 우주 탐사 전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꾸준한 관심과 투자는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몇몇 사업가가 우주 진출에 대한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이용해 경제적 이윤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우주 탐사에 장기적으로 독이 된다는 것. 그러면서 한때 전 세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 탐사에 매달렸다가 1972년 이후로는 아무도 달을 방문하지 않고 우주 개발 역시 기약 없이 중단된 역사를 되짚는다.

무엇보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푸른 지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68년 달 표면 촬영 임무를 띠고 우주로 갔다가 인류 최초로 지구 밖에서 지구 사진을 찍은 아폴로 8호 우주인들의 말에는 울림이 있다. “곧, 달은 지루해졌다. 마치 더러운 모래밭 같았다. 그러다 불현듯 지구를 봤다. 그곳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색이 있는 곳이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