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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뜨면 핫플 등극… 주민들은 도로 막아[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4-08-03 01:40:00

유럽 곳곳 ‘오버 투어리즘’ 몸살
소셜미디어가 여행에 미치는 명과 암
美 여행 기업, 해외 MZ세대 분석… “절반 이상이 SNS로 여행 계획”
여행코스 홍보 효과 뛰어나지만… 불법 주차, 사유지 침입 등 눈살



한적했던 단풍 명소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미국 버몬트주 폼프렛 마을의 ‘슬리피핼로 농장’을 방문한 한 인플루언서가 소셜미디어에 “인스타그램과 현실의 차이”라며 올린 게시물. 한적해 보이는 위쪽 사진과 달리, 실제로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인 현실을 비교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요즘 세상은 소셜미디어를 빼고 얘기하기 어렵다. 유튜버나 틱토커 같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은 연예인 이상의 지명도와 영향력을 갖는다. 미국 여행 관련 기업 스키프트는 최근 “미국과 영국, 독일 MZ세대의 57%가 여행 계획을 짤 때 소셜미디어에 의존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유럽 등지에서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이런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적지 않다.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를 소개하는 순기능도 크지만, 때론 과한 촬영과 자극적 영상 등으로 현지인과 시청자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NBC뉴스는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미 버몬트주(州)의 폼프렛 마을은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오버 투어리즘의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지역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9∼10월 외지인들이 방문하지 못하도록 도로 2곳을 폐쇄했다. 당시 마을 측은 도로 폐쇄 및 교통 단속 기금 마련을 위해 미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글에서 “지난 수년간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유입된 관광객들이 전례 없이 급증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개인 주택들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명소처럼 올려 “사유지를 마구 훼손하고 불법 주차가 늘었으며 주민들에게 막말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호소했다.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장소는 ‘슬리피핼로 농장’이다. 이곳은 사유지임에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완벽한 단풍 경치를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 농장을 해시태그(#)한 동영상은 틱톡에서 80만 회 넘게 조회됐으며, 인스타그램엔 농장 사진이 수천 장이나 게재됐다. 이러다 보니 농장 앞엔 ‘불법 침입 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도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고 한다.

‘후지산 배경 편의점’ 사진으로 유명해진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도 소셜미디어의 관심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마을이다. 이곳 편의점 뒤로 후지산이 그림처럼 솟아 있는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화제를 모으자,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겠다며 관광객들이 몰렸다.

문제는 편의점 앞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사유지를 마구잡이로 침입하는 이들도 많아졌단 점이었다. 특히 엔저로 일본 방문이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이 경고문과 경비원까지 무시하고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았다. 이에 마을 측은 최근 편의점 인근에 길이 20m, 높이 2.5m의 가림막을 설치해 아예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해버렸다.

물론 소셜미디어가 폐해만 일으킨다고 보긴 어렵다.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거나 ‘지속가능한’ 관광 코스를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 인플루언서 벤 브라운은 네덜란드 자전거 여행 코스나 그리스 비건 호텔 등을 위주로 소개해 호평받고 있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친환경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숙소에 초청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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