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럽기가 기후변화 못잖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서머랠리’(여름 강세장)를 외치던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한여름 때아닌 한파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미국 경기 침체의 공포와 ‘AI 거품론’에 2일 아시아 증시는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3.65% 급락하면서 50여 일 만에 2,700 선이 뚫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5.81% 폭락해 36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불안한 투심에 불을 지핀 것은 AI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다. 미국 소비와 고용이 침체되면서 AI 투자가 계속될 수 있을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불안감이 커졌다. AI 열풍을 대표하는 엔비디아는 6월 중순 세계 시총 1위에 오르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르자마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고점이던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도 안 돼 20%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시총 4조 달러 선점 경쟁을 벌이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이제 뒤로 달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AI 시장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 빗대고 있다. 엔비디아의 부상과 위기를 보면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장악하며 단번에 빅테크 반열로 올랐다가 주가가 폭락한 시스코를 떠올린다. 챗GPT의 충격과 찬탄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이제 시장은 AI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은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는 연간 6000억 달러(약 822조 원)에 이르지만, 수익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000억 달러(약 137조 원)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AI라는 용어는 1955년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발표한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과학과 공학’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AI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후반 두 차례의 혹독한 겨울을 겪어야 했다. AI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낙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꽃길이 아닌 굽이굽이 비탈길이다. 이번 위기가 ‘세 번째 겨울’의 전조일지, 아니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