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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티메프’ 자율구조조정 승인…채권단 구성-자금난 걸림돌

입력 | 2024-08-02 21:40:00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왼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기업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대표자 심문에 출석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4.8.2. 뉴스1




법원이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신청을 2일 승인했다. ARS 프로그램은 회사가 채권자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변제 방안을 협의하는 제도다. 법원은 회사 측과 채권자들 간 협의를 위해 일단 한 달의 시간을 줬다. 티몬과 위메프가 원한 대로 ARS 프로그램은 승인됐지만 채권자협의회 구성과 자금 조달에서 난항이 예상돼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 한 달 시간은 벌었지만…

이날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는 두 회사의 대표를 차례로 불러 비공개 심문을 진행하고, 끝난 지 약 1시간 만에 승인 결과를 발표했다. 법원은 “채권자(미정산 업체)들과 채무자(티몬·위메프) 사이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다음 달 2일까지 보류하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보류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승인됨에 따라 다음 주에 채권자협의회가 구성될 전망이며 채권자와 두 회사는 법원의 지원 아래 협의 기회를 갖는다. 법원은 채권자와 두 회사에 더해 정부와 유관 기관까지 참여하는 회생절차협의회를 이달 13일 개최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협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회생 전문가인 김광중 하우림법률사무소 국장은 “ARS는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3개월간 연장해 주는 대신 채권자들과 협의를 하라는 건데 티몬·위메프는 현금이 메말라 있는 상태가 아니냐”며 “당장 돈이 있어야 피해자들에게 밀렸던 대금을 지급해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데 입점 업체가 떠나 영업 재개도 어려운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프로그램의 첫 단추인 채권자협의회 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채권자 수는 최소 6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구성에 시건이 걸릴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 측은 자금 조달과 구조조정 펀드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자구책을 마련해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만일 ARS 프로그램을 통해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면 기업회생 신청은 취하된다. 이를 거치고도 협의에 실패하거나, 전체 부채 중 3분의 2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ARS 진행을 반대하면 법원은 다시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 ‘1조 원대 미정산’ 현실화 우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가장 최근 발표치였던 2134억 원(지난달 25일)에서 2745억 원(지난달 31일)으로 600억 원가량 늘었다. 하루에 100억 원씩 불어난 셈이다. 이날 금융당국은 6~7월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가 현재보다 3배 넘게 커져 8000억 원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는 이날 티몬·위메프의 6~7월 카드 결제 금액을 총 1조1967억 원으로 추산했다. 해당 수치는 두 회사의 카드 결제액만 추정한 것으로 다른 결제수단까지 합치면 총 거래액은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티몬과 위메프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2일 오후 6시 기준 3340건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환불 양식을 모방해 피해자의 개인 정보, 구매 내역 등을 입력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토대로 보상과 환불에 필요하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