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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혼합복식 銀… 16년만에 최고 성적

입력 | 2024-08-03 01:40:00

[PARiS 2024]
세계 8위 ‘김원호-정나은’ 조… 세계 1위 중국팀에 0-2 완패
준결서 토할만큼 뛴 여파인듯… 金 모친은 ‘애틀랜타 金’ 길영아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정나은(왼쪽), 김원호가 2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두 선수는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중국 대표 정쓰웨이-황야충에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누구도 메달 후보로 꼽지 않았다. 조별예선에서도 1승 2패에 그쳤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16년 만의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 대표 김원호(25)-정나은(24) 조가 파리 올림픽을 2위로 마쳤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41분 만에 랭킹 1위 정쓰웨이(27)-황야충(30·중국) 조에 0-2(8-21, 11-21)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는 조별예선 때도 김원호-정나은 조(8위)에 0-2 완패를 안긴 상대였다.

한국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따낸 뒤로는 올림픽 결승 진출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3년 전 도쿄 대회 때까지 매번 동메달 1개만 가지고 돌아왔다. 김원호-정나은 조가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이미 16년 만의 최고 성적을 남겼던 셈이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집안 싸움’으로 열린 준결승에서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로 손꼽혔던 BWF 랭킹 2위 서승재(27)-채유정(29) 조를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맞대결에서 5전 전패로 밀렸던 ‘한국 대표팀 1진’을 꺾기 위해 77분간 혈투를 치렀다. 김원호는 준결승 3세트 도중 비닐봉지에 속을 게워 내면서 말 그대로 ‘토 나오게’ 뛰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 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원호가 받은 질문은 딱 하나.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어머니가 따로 해주신 말씀이 있느냐’란 것이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54)이다. 김원호는 당시 “어머니께서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하늘이 메달을 내려주면서 길 감독과 김원호는 한국 1호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원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금메달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늘 올림픽 메달을 따는 걸 상상했지만 정말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이제 내가 ‘길영아의 아들’로 불리는 게 아니라 어머니를 ‘김원호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결승전 전에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BWF 랭킹 5위인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27)-히가시노 아리사(28) 조에 0-2(13-21, 20-22)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4위로 마쳤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 모두 출전한 서승재는 결국 ‘노 메달’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서승재는 강민혁(25)과 짝을 이룬 남자 복식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