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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81kg급 이준환이 90kg초과급에 나가 ‘佛 레전드’와 맞붙은 사연은

입력 | 2024-08-04 02:42:00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이랬을까.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에서는 혼성 단체전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 성사됐다. 바로 한국과 프랑스의 8강전에서 남자 81㎏급 이준환과 무제한급 테디 리네르가 맞붙었다. 전날 무제한급 결승전에서 김민종을 꺾고 우승한 리네르는 올림픽 금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낸 유도계의 전설이다. 이날도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90kg급 이준환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준준결승에 출전해 프랑스 테디 리네르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4.8.3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체급이 다른 두 선수의 맞대결이 성사된 건 혼성단체전의 묘미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신설돼 파리에서 두 번째로 열린 혼성단체전은 남자 3체급(73㎏급, 90㎏급, 90㎏초과급)과 여자 3체급(57㎏급, 70㎏급, 70㎏초과급) 등 총 6명이 출전해 먼저 4승을 따내면 승리하는 경기다. 다만 해당 체급의 선수가 없거나, 전술상 아래 체급의 선수가 출전하기도 한다.

남자 81㎏급의 이준환은 이번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90㎏급으로 출전했다. 다만 이날 8강전에서는 이례적으로 90㎏초과급으로 출전했다. 그 숨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전날 개인전에서 김민종이 겪은 무릎 안쪽 부상 때문이었다. 전날 치료를 받아 출전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칫 한 수 위 전력인 프랑스와 경기를 하다 부상이 심화될 경우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이준환보다 한 체급이 높은 한주엽의 경우 왼손으로 주로 플레이를 하는데 리네르가 왼손 선수에게 강하다보니 결국 이준환이 출전하게 됐다. 한국 유도의 미래로 평가받는 이준환으로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90kg급 이준환이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준준결승에 출전해 프랑스 테디 리네르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4.8.3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결과는 리네르의 승리였다. 이준환은 경기 시작 1분 34초 만에 모로떨어뜨리기로 한판 패했다. 동메달결정전 승리 뒤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내가 빨리 움직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테디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유명한 테디랑 파리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업어치기 한 번 하는데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며 웃고는 옆에 서 있던 김민종을 바라보며 “민종이 형이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더 느꼈다”고 말했다.

혼성단체전 동메달 따낸 한국 유도 대표팀. 왼쪽부터 이준환, 김지수, 안바울, 허미미, 김하윤, 김민종. 선수단 제공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도 “준환이 보고 절대 다치지 말고 오라고 말했는데 얘가 테디를 한 번 이겨보겠다고 막 덤비더라. 역시 승부사는 승부사다”라고 말했다. 이준환은 자신의 첫 올림픽을 동메달 두 개로 마쳤다. 여기에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이라는 무게를 더했다. 한국 유도의 미래로 꼽히는 이준환은 그렇게 파리 올림픽에서 한 뼘 더 자랐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