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첫 올림픽…후배 이끌며 금메달 획득 기여 정의선 회장, 개인전 끝나고 전훈영에 감사의 뜻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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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 전훈영(인천광역시청) 선수가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 파리 올림픽 금빛 질주에 기여했다.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맏언니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여자 단체 금메달을 따냈다.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개인전이 끝난 직후 전훈영을 직접 찾아 격려했다.
전훈영에게는 4년 전 도쿄가 첫 올림픽이 될 수 있었다. 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이 1년 뒤로 밀렸다. 다시 실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3년간 절치부심하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해야만 했다.
1994년생인 전훈영은 2003년생 임시현, 2005년생 남수현 선수와 10살 안팎 터울이 나는 언니였지만, 언니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았다.
전훈영은 파리에 도착해 선수단 숙소를 정할 때 손을 들고 “탁구 선수와 방을 함께 쓰겠다”고 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첫 올림픽인 후배들을 챙기기 위해서다. 숙소가 2인 1실로 돼 있어 한 명은 다른 종목 선수와 같은 방을 써야하는 상황이었는데, 후배들을 위해 솔선수범한 것이다.
코칭스태프 가운데 한 명이 “태릉 시절도 아니고 타 종목 선수와 열흘 넘게 있는 게 괜찮겠느냐”고 묻자 전훈영은 “동생들이 편하게 지내면 나도 좋다”고 답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전훈영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활을 빠르게 쏘기 때문에 단체전 1번 주자로 나섰다. 양궁 단체전에선 세트 당 120초가 주어진다. 선수 3명이 120초 안에 각 2발씩 총 6발을 쏴야 한다. 첫 주자가 활을 빨리 쏘면 두 번째, 세 번째 선수는 그만큼 시간 여유를 갖는다.
개인전에서도 전훈영은 4강에서 금메달리스트 임시현과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전훈영의 성격은 예민하지 않고 유쾌하고 털털한 편이라고 한다. 단체전 때 가끔씩 엉뚱한 농담을 던지면서 동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전훈영의 활약으로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뿐 아니라 혼성전, 개인전까지 여자 선수들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국가대표 3명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라 큰 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3일 경기가 끝난 직후 정의선 회장이 전훈영을 찾아와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비록 개인전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끈 전훈영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