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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한국행 가능성 높아지자 법무부도 준비 태세

입력 | 2024-08-04 14:15:00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나오고 있다. 2024.03.24. 포드고리차=AP/뉴시스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지자 법무부도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당국의 통보가 오는 대로 신속하게 송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권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몬테네그로 당국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외교 채널을 거쳐 범죄인 인도 결정을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하면 본격적인 송환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법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통보에 따라 송환 절차가 시작되면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검찰, 경찰 관계자들이 바로 현지에 급파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의 신병을 인계받아 한국행 국적기에 태우면 권 대표는 그 즉시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도 지난해 1월 한국 국적기에 탑승한 직후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권 대표가 한국에 도착하면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으로 압송돼 그동안 미뤄져 온 조사가 바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권 대표를 체포한 이후부터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권 대표가 해외 도피를 시도했던 사정 등을 감안하면 검찰은 구속영장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일 동유럽 발칸반도 몬테네그로의 항소법원은 권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이 2월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던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하고 권 대표를 미국으로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한 기존 판결도 유지한 것이다. 여기에 권 대표의 미국행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개각에서 교체된 점도 권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진 변수로 거론된다.

권 대표 측은 한국으로 인도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왔다. 경제 범죄에 중한 형을 선고하는 미국 대신 한국에 인도되는 것이 비교적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의 ‘포베다’에 따르면 권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항소법원의 판결을 예상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한국과 몬테네그로 당국이 소통해 곧 송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