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치렀던 美, 심상찮은 분위기 18세기 독립전쟁-19세기 남북전쟁 모두 관세 등 경제정책 놓고 충돌… 각각 2만명-62만명대 사망자 기록 현재는 잘사는 도시 vs 못사는 시골 민주당 vs 공화당 지지층으로 갈려… 먹고사는 문제 놓고 내부 갈등 격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가운데)이 1862년 10월 남북전쟁 당시 앤티텀 전투를 치른 부대 장교들을 방문한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
그로부터 8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영토가 넓어지면서 미국은 하나로 남기엔 모순이 커졌다. 남부의 주들은 링컨이 대통령이 되면 분리 독립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1861년 3월의 대통령 취임이 다가오자 남부는 그해 2월 아메리카연합국을 선포했다. 미국 독립 당시의 13개 식민지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버지니아를 포함해 4개가 남부 연합에 속했다. 남부의 딕시가 보기에 약 80년 전의 미국 독립과 지금의 남부 독립은 하나도 다른 게 없었다. 서로 입장이 달라졌으니 각각 다른 국가로 살아가자는 거였다.
북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남부가 떨어져 나가면 자신들의 경쟁력 없는 제품이 안 팔려 경제적 손실을 볼 터였다. 그건 바로 1773년 12월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기도 했다. 영국의 법령을 무시하고 차를 네덜란드에서 밀수하던 식민지의 이른바 ‘자유의 아들들’은 1773년 5월에 새로 공표된 ‘차법’에 위기감을 느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팔던 차에 부과되던 관세가 높아 밀수가 돈이 됐는데 이제 법이 바뀌어 관세가 붙지 않은 차가 들어오면 쫄딱 망할 터였다. 자유의 아들들은 폭력으로써 정식 수입된 차를 망쳐 놓았다.
남부의 독립 선언에 링컨은 곧바로 무력 진압을 천명했다. 결국 1861년 4월 12일 내전이 터졌다. 1865년 내전이 끝날 때까지 양쪽은 도합 60만 명 이상의 전사자를 냈다. 이는 당시 미국 인구 3100만 명의 2%에 해당했다. 어쨌든 북부는 무력으로 남부를 붙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관세 정책, 노예 해방을 놓고 갈등하던 북부와 남부가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남북전쟁을 치렀다. 최근에는 도시의 민주당 지지층과 시골의 공화당 지지층 사이의 반목, 정치 지도자들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심리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워싱턴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가령 앞선 도국과 뒤처진 레국이 있다고 하자. 두 나라 모두 로봇 엔지니어와 바나나 농부가 산다. 도국의 엔지니어와 농부가 레국의 엔지니어, 농부보다 각각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도 도국은 로봇만 제조하고 레국은 바나나만 경작해 서로 수출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많은 로봇과 바나나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비교 우위론이다. 문제는 도국의 바나나 농부다. 하루아침에 로봇 엔지니어가 될 방법이 없어서다. 당연히 그들은 먹고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장벽을 세우자는 트럼프류에게 그들의 마음이 끌리는 이유다.
미국이 다시 내전을 벌일까? 미국의 헤지펀드 밸류액트에서 일했던 데이비드 록우드는 이를 국가의 최적 크기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국가는 너무 작아도 문제이고 너무 커도 문제라는 게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너무 작으면 공공재의 규모의 경제가 안 나오고 옆 나라의 침공을 막기도 힘들다. 반대로 너무 크면 공동의 이해관계가 옅어지고 내부의 대립이 심화된다. 그러므로 너무 작은 나라는 합칠 필요가 있고 너무 큰 나라는 나눌 필요가 있다.
록우드에 의하면 국가의 최적 크기는 시대의 환경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건 전쟁 빈도, 국방 비용, 자유 무역, 소득 불평등, 국제기구 등 다섯 요소에 좌우된다. 구체적으로, 전쟁이 드물수록, 국방 비용이 낮을수록, 자유 무역이 퍼질수록,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그리고 유효한 국제기구가 많을수록 국가의 최적 크기는 작아진다.
19세기와 비교하면 현재는 다섯 가지 모두 다 국가가 작아져도 괜찮다는 쪽이다. 그만큼 미국의 크기는 과하다고 볼 만하다. 내부에서 다툴 일이 없도록 국가를 평화롭게 둘로 나누는 게 정답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도시와 시골로 쪼개서 두 나라로 만들 방법은 사실상 없다. 록우드는 한 가지 길이 더 있다고 지적한다. 필요 이상으로 큰 나라가 쪼개지지 않으면 내부의 갈등을 강제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체제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고 보면 영토가 1위와 2위인 러시아와 중국은 둘 다 권위주의 체제다.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