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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슈퍼 AI칩에 설계 결함… 최소 석달 양산 지연”

입력 | 2024-08-05 03:00:00

[흔들리는 빅테크]
엔비디아 “MS등에 납품 지연 통보”… 칩 제조 TSMC, 생산 잠정 중단
삼성-SK 등 납품 업체도 영향 주시… 저커버그-아마존 “AI투자 늘릴 것”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인공지능(AI)용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새너제이=AP뉴시스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설계 1위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인 ‘블랙웰’의 설계 결함이 발견돼 납품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 경우 엔비디아에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AI 칩 업계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지난주(7월 28일∼8월 3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블랙웰 최고 사양인 ‘GB200’의 납품 지연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당초 올 하반기(7∼12월) 블랙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내년 1분기(1∼3월) 이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올 3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며 공개한 최신 AI 칩이다. 대표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은 2022년 출시된 전작 ‘호퍼’ 시리즈 H100 모델 대비 성능이 2.5배로 향상됐다. GB200은 B200 2개와 엔비디아에서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를 결합한 슈퍼칩이다.

디인포메이션 보도 이후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도 잇따라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하며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엔비디아는 MS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클라우드 고객사에도 납품 지연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디인포메이션은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고객사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MS는 GB200 기반 서버로 오픈AI를 지원할 예정이었고 메타, 구글 역시 GB200을 대량 주문한 상태다.

엔비디아로부터 주문받아 칩을 제조하는 대만 TSMC도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설계 조정과 공정 재검증을 거치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납품 지연 사실 및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엔비디아 대변인은 “블랙웰 공급은 올 하반기부터 늘어날 것”이라고만 답했다.

블랙웰 본격 양산 시점이 미뤄지는 만큼 관련 공급망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웰에는 고성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HBM3E)가 탑재되는데 SK하이닉스는 3월부터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엔비디아의 성능 검증(퀄테스트)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이 4∼6%인 것으로 추산됐다.

아직까지 시장 수요 대부분은 호퍼 시리즈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호퍼 시리즈 가운데 H100에는 HBM 4세대(HBM3)가 탑재됐다. 결국 엔비디아가 얼마나 결함을 빨리 잡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AI 거품론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빅테크들은 여전히 AI에 대한 투자 방침을 밝히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 후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너무 늦은 결정보다는 필요하기 전에 (AI) 역량을 확보해 두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1일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도 “생성형 AI 등 AI 분야에서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한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가 오가는 입출력 통로(I/O) 수가 크게 늘어나기에 고대역폭이라고 부른다. 도로에 비유하면 기존 1차선 도로가 16∼32차선으로 확장된 것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