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7.16/뉴스1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를 높인 은행들이 시장금리가 하락한다는 이유로 예금금리는 낮추고 있다. 반복된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 헛발질이 은행들에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돈벌이 기회를 제공하면서, 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에겐 이자 덤터기를 씌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까지 내렸거나, 이번 주부터 낮출 예정이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고객 예금금리에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자가 낮아졌는데도 더 떨어지기 전에 돈을 맡기려는 고객이 몰려 예·적금 잔액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의 흐름을 역행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5% 수준이다. 한 달 전 3.7∼6.6%에 비해 가장 낮은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3%대 상품은 아예 사라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주담대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지난달에만 주담대 금리를 서너 차례 올린 탓이다.
이로 인해 5, 6월 연속 축소됐던 시중은행들의 예금·대출 금리 차이도 7월에는 다시 벌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당국의 조치에 발맞춘 것뿐’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만히 앉아 더 많은 이자수익을 챙기게 됐다. 반면 시중금리가 내려도 대출이자는 반대로 오른 데 따른 불이익은 모두 금융소비자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