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육상시설 낡아 미국에서 훈련… 폭풍 질주로 美 리처드슨 제쳐 최강자 프레이저프라이스는 기권 인구 7만 도미니카연방도 첫 金
세인트루시아 사상 첫 올림픽金 포효 줄리언 앨프리드(세인트루시아·가운데)가 4일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하고 있다. 10초72로 우승한 앨프리드는 세인트루시아의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생드니=AP 뉴시스
“제가 금메달을 땄으니 세인트루시아에 새로운 육상 경기장이 만들어지겠죠?”
4일 파리 올림픽 육상 여자 100m에서 정상에 오른 줄리언 앨프리드(23·세인트루시아)는 조국의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뒤 이렇게 말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는 인구가 18만 명에 불과하다.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육상 시설이 없다. 낡은 스타디움은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훈련이 어렵다. 어린 시절 교복을 입은 채 맨발로 동네를 뛰어다녔던 앨프리드가 “오늘이 나와 조국에 모두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한 이유다. 세인트루시아가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28년 만이다.
하지만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준결선을 앞두고 기권했다. AP통신은 “기권 사유는 부상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리처드슨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앨프리드는 폭발적 스피드로 10m 이후 줄곧 1위를 지켜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출발 반응 시간이 0.221초로 가장 느렸던 리처드슨은 앨프리드(0.144초)를 따라잡지 못해 10초87로 2위에 그쳤다.
앨프리드는 자메이카에서 육상을 배우고, 미국에서 기량이 만개한 선수다. 12세 때 아버지를 잃은 뒤 잠시 육상을 그만뒀던 그는 코치들의 권유로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다. 14세 때 자신의 우상인 남자 육상 전설 우사인 볼트(38·은퇴)의 나라 자메이카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앨프리드는 “오늘 아침에도 볼트의 레이스 영상을 보며 자신감을 키웠다. 그러고는 노트에 ‘올림픽 챔피언은 나’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자메이카에서 3년간 유학을 마친 앨프리드는 이후 미국 텍사스대에 진학했는데, 2022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육상 100m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앨프리드의 금메달 획득 소식에 세인트루시아 수도 캐스트리스에선 축제가 벌어졌다. 국민들이 거리에 모여 춤을 추며 앨프리드의 이름을 외쳤다. 세인트루시아 정부는 앨프리드가 올림픽을 제패한 이날을 ‘주주(줄리언 앨프리드의 애칭)의 날’로 선포했다.
혼성 1600m 계주 네덜란드 최종주자 4위→1위 대역전극 네덜란드의 여성 주자 펨커 볼(왼쪽)이 4일 파리 올림픽 육상 혼성 1600m 계주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마지막 주자인 볼이 4위로 배턴을 넘겨 받은 뒤 벨기에와 영국, 미국 선수들을 차례로 따라잡는 역주로 3분7초43을 기록해 우승 후보 미국(3분7초74)을 제쳤다. 생드니=AP 뉴시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