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탄식이 교차하는 올림픽에서는 오래도록 기억될 명언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펜싱의 박상영(29)이 남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가 최고 유행어였다. 에페 결승전에서 4점 차로 뒤져 다들 포기하는 순간 그는 이 말을 되뇌며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선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상황에서 ‘3관왕’ 안산(23)이 했다는 속엣말이 화제였다. “쫄지 말고 대충 쏴!” 파리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어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예들은 패기로 승부한다. 여자 총잡이 금메달리스트 삼인방이 대표적이다. 오예진(19)의 좌우명은 “내 갈 길은 내가 정한다”, 양지인(21)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 반효진(17)은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것 아냐”라는 생각으로 쐈다. 남자 펜싱 사브르 3연패에 기여한 도경동(25)은 결승전 후반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교체 투입돼 28초 만에 5연속 득점하고 내려와 포효했다. “질 자신이 없었다.”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은 역대급 명승부였다. 마지막 슛오프에서 원샷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김우진(32)은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잠깐 웃더니 “오늘 딴 메달도 이젠 과거다.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새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메달 땄다고 (그 기분에) 젖어 있지 마라. 해가 뜨면 마른다.” 김우진에게 패한 미국 브래디 엘리슨(36)은 “간발의 차로 졌다고 속상하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챔피언처럼 쐈다. 중요한 건 그거다.”
▷이번 올림픽은 테니스 노장들의 고별 무대였다. 노바크 조코비치(37)는 16세 어린 카를로스 알카라스(21)를 꺾고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후 “내가 꿈꾸었던 그 모든 것을 넘어섰다”며 오열했다. 8강전에서 탈락한 앤디 머리(37)는 재치 있는 은퇴사를 남겼다. “어차피 테니스 좋아하지도 않았어.” 룩셈부르크 탁구 노장 니샤롄(61)은 ‘언제 은퇴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고 답한다. 신예든 노장이든 승자든 패자든 선수들이 공유하는 명언이 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