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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곽도영]티메프 혁신과 비극 사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입력 | 2024-08-05 23:12:00

곽도영 산업1부 기자



위메프와 티몬은 2010년 5월 모바일 소셜커머스 혁신의 이름으로 태어난 쌍둥이였다. PC 온라인 마켓을 주름잡았던 G마켓과 옥션이 서서히 정점에 도달했을 무렵, 티메프(위메프·티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소비자들의 쇼핑 수요를 정확히 포착해 내며 양대 소셜커머스로 급부상했다.

2010년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 대한민국 엄마들 대부분은 티메프에 물티슈와 기저귀, 간편식 ‘핫딜’을 빚지고 있다. 수유와 이유식, 재우는 시간 틈틈이 바닥난 생필품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티메프는 손안의 쇼핑몰과 최저가 비교 혁명을 안방으로 가져다줬다. PC 전자상거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모바일 쇼핑의 개화기를 연 셈이다.

그랬던 티메프가 14년 만에 ‘대국민 사기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전락했다. 검찰은 판매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입점 업체 물건을 팔아 받아낸 1조 원 이상을 사기액으로 추산했다. 1일 티메프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검찰은 “쓰면 안 되는 돈(소비자 결제 대금)을 쓰는 것은 돌려막기고 사기 행위다. 미국의 폰지 사기도 그렇고 머지포인트 사태도 그렇다”고 말했다.

티메프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입장에서 모바일 쇼핑 혁명의 첨병이 어떻게 다단계 사기에 비유되는 비극까지 다다랐는지 짚어보고 싶었다. 물론 가장 최근으로 조준경을 당기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문어발식 인수합병과 허황된 나스닥 상장 추진이 비극의 직접적 이유다. 하지만 티메프는 이미 그 전부터 부실 경영으로 속부터 곪아가고 있었다.

티메프는 태생이 소셜커머스다. 소비자를 모아 미리 다량 구매를 일으키는 대신 싼값에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모델이다. 1세대 모바일 소셜커머스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아직 모바일 쇼핑이 익숙지 않았던 초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 경험이 무르익자 소비자들은 어느새 티메프가 최저가 물건들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쇼핑’에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틈을 쿠팡이 만물상에 총알 배송 시스템을 갖춘 아마존식 모델로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결국 티메프는 후발 주자였던 쿠팡에 시장을 시나브로 빼앗겼다. 그러면서 소셜커머스 모델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항공과 숙박, 공연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째 직격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완전히 위기에 빠지게 된다. 2020∼2021년 사이 위메프의 매출은 40%, 티몬은 15% 급락했다. 특히 여행·공연 티켓 비중이 높았던 티몬은 2020년 630억 원이던 적자가 2022년 1526억 원으로 늘었다.

한국의 1세대 소셜커머스는 결국 ‘폰지 사기’라는 오명 속에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회사가 어렵다고 상품권 돌려막기까지 손댄 경영진은 가장 큰 책임자다. 불볕더위에 줄을 늘어선 소비자들의 절망과 부도 위기에 몰린 중소업체들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와 보상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뜨고 지는 시장의 변화와 유통 서비스 산업구조의 취약함이 보여준 교훈에도 주목해야 한다. G마켓 다음엔 티메프였고 그 다음엔 쿠팡, 언젠가 네이버 쇼핑의 차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점점 더 빨라지는 시장의 시간은 기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