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양대 지수가 나란히 8% 이상 급락하면서 코스닥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동반 서킷브레이커(CB) 1단계가 발동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 코스닥 지수는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극단의 공포로 치달으면서 아시아 증시가 사상 최악의 ‘검은 월요일’을 맞았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의 암살을 둘러싸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 경제를 복합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초대형 악재를 앞두고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어제 한국 코스피는 8.77%(234.64포인트) 급락하며 단숨에 2,400대로 주저앉았다. 팬데믹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폭락장이다.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은 98% 종목이 하락했고, 코스피는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2,400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도 4년 5개월 만에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어제 하루 사라진 시가총액은 235조 원에 달한다. 일본(―12.4%)과 대만(―8.35%) 증시 역시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를 발작 수준으로 몰아넣은 건 미국 경제의 경착륙 공포다. 7월 고용지표와 제조업 경기지표가 악화되면서 미 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인텔을 비롯한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부진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설계 결함 소식이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이어지며 침체 공포를 증폭시켰다. 경기 방어를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아 우려스럽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는 치솟는 집값과 가계 빚에 발목이 잡혀 있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내수를 살리기도 쉽지 않다. 더 큰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정교한 재정·금융·통화 정책의 조합으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외부 충격이 경제와 민생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경제팀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