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카이스트생 회장 등 14명 검거 친목 도모 ‘깐부’ 외제차 등으로 유혹… 단기간 300명 모집 전국 2위 규모 대마-필로폰 구매… 집단 성관계도… 檢, 범죄 단체 조직죄 적용 검토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명문대를 중심으로 연합동아리를 결성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인 동아리 회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 피의자 13명은 모두 서울 및 수도권 내 주요 13개 대학의 재학생으로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포함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동아리 회장 30대 A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동아리 임원으로 활동한 20대 등 3명은 구속 상태로, 회원 2명은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간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를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마약을 투약하기만 한 나머지 대학생 회원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됐다.
● ‘호화 파티’로 현혹해 마약 투약
이후 해당 동아리는 A 씨의 ‘수익 사업의 장’으로 전락했다. A 씨는 대마를 시작으로 실로시빈, 케타민, 필로폰까지 회원들에게 제공하며 마약의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중독으로 몰아갔다. 마약 투약은 호텔, 놀이공원, 해외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A 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마약을 하며 집단 성관계를 했다. 회원들과 단체로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넣어 태국·제주 등 해외까지 반출해 마약을 즐기기도 했다.
A 씨는 마약 매수를 ‘공동구매’라고 지칭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로 마약 대금을 지불했다. 동아리 임원 B 씨와 C 씨는 매수 자금을 분담하는 식으로 참여했다. A 씨는 동아리 회원들에게 마약을 판매하면서 건당 10만 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지난해에만 최소 12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매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대 마약 사범 급증… “2차 범죄 이어질 위험”
피의자들은 각종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를 고용했고, 텔레그램 정보 채널을 통해 마약 수사에 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 활용했다. 이 채널에는 피의자들 외에도 9000명 이상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검찰청과 공조해 해당 채널 운영자 등을 추적 수사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사범은 2022년 4203명에서 지난해 5689명으로 급증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번 사건은 어떤 단체든 마약 범죄의 근거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학상담학과 교수는 “동아리를 통한 마약 범죄는 중독뿐만 아니라 동아리 내 성범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대학 교육 과정에 약물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