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락 축제 마지막밤 장식 데뷔했던 2014년엔 ‘슈퍼 루키’ 대상 “하나의 꿈 이뤄… 이제 다음 챕터로”
4일 저녁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4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가수 잔나비가 공연하고 있다. 잔나비는 2014년 펜타포트 ‘슈퍼 루키’ 대상을 받은 지 10년 만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PRM 제공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잔나비!”
뜨거운 함성은 열대야를 압도했다. 2∼4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4일 밤. 메인 무대에 등장한 2인조 밴드 잔나비가 대표곡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를 부르자 관객들은 가사에 맞춰 ‘잔나비’를 연호했다. 쿵쿵대는 드럼 비트에 맞춰 잔나비가 다시 한번 외쳤다. “누가 내 심장에다 못을 박았나.” “잔나비!” 보컬보다 우렁찬 관객들의 화답이 돌아왔다.
8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선 10년의 세월을 겪으며 성숙해진 잔나비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 “잘들 지내셨는지요? 나 그대 뜻에 다다랐어요.” 오프닝 곡으로 ‘비틀파워’를 들려준 보컬 최정훈은 적당한 타이밍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호응을 유도했다. 김도형의 물 흐르는 듯한 기타 사운드도 귀를 즐겁게 했다. 관록은 빛났지만 “힙하고 쿨한 것은 싫다”며 투박한 멜로디를 내세운 촌스럽지만 풋풋한 청춘의 느낌은 여전했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땀에 흠뻑 젖은 잔나비는 ‘고백극장’ ‘전설’ ‘홍콩’ 등을 연이어 불렀다. 최정훈은 “준비한 곡이 많아 멘트를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며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공연에 몰입했다.
잔나비는 느리지만 묵직한 멜로디의 ‘누구를 위한 노래였던가’를 부를 땐 웅장한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했다. 연이어 나온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유명한 ‘잔나비 감성’을 물씬 풍겼다. 2016년 발매된 정규 1집 ‘몽키 호텔(Monkey Hotel)’에 수록된 이 노래는 연인과 이별한 뒤 남은 잔상을 그린 노래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가를 위해서 남겨주겠소.” 펜타포트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가는 아쉬움과 다시 찾아올 무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듯했다. 정규 2집 ‘전설’에 수록된 히트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서도 긴 여운이 묻어났다. 관객들은 떼창과 함께 휴대전화로 플래시를 반짝이며 호응했다.
2006년 시작해 올해로 19회를 맞는 펜타포트는 사흘간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15만 명을 기록한 뒤 올해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하드코어 밴드 턴스타일을 비롯해 그래미상을 다수 수상한 미국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 한국 밴드 데이식스, 실리카겔 등 국내외 아티스트 58개 팀이 무대를 빛냈다.
인천=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