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장의 D브리핑] 美침체 우려-중동 전운에 초토화… 공포심리 휩쓸려 한때 2400 무너져 日-대만 증시도 사상최대 낙폭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잇단 발동… 4년4개월만에 처음 거래 일시중단
장중 2400 붕괴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로 추락한 코스피는 이날 전일 대비 234.64포인트(8.77%)나 주저앉으며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 이상 내리며 2,400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의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역대급 투매’로 한국과 일본, 대만 증시가 모두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초토화됐다. 기업들의 연쇄 부도나 감염병 확산 같은 대형 악재 없이 막연한 공포심리로 인해 증시가 이 정도로 대폭락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이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분석된다.
5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코스닥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하락 폭이 커지면서 오후에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4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는 거래 재개 이후에 지수가 더 떨어지면서 한때 289.23포인트(10.81%) 내린 2,386.9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두 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 역시 발동됐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이 이날 대폭락장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9·11테러, 팬데믹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시장이 급전직하하는 것은 막연한 공포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빠르게 전염되면서 비이성적인 투매가 반복된 결과라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급락을 설명할 단서가 뚜렷하지 않다”며 “미국은 지금까지 증시가 과하게 오른 데 따른 반작용일 수 있지만 한국은 별로 오른 것도 없는 증시가 더 떨어지니 허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경제부장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