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2024] 단독선두서 막판 中에 추격 허용 “전역 한달 남았지만 만기 제대”
5일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조영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시상식 후 대표팀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샤토루=뉴스1
조영재(25)가 파리 올림픽 사격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조영재는 5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조영재의 은메달로 한국 사격 대표팀은 이번 대회 6번째 메달(금 3개, 은메달 3개)을 수확하며 종전 최고 성적이던 2012 런던 대회(금 3개, 은메달 2개)를 뛰어넘었다.
올해 태극마크를 처음 단 조영재의 메달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거의 없던 조영재에게는 이번 파리 올림픽이 사실상 첫 메이저대회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593점)에 2점 모자란 591점을 쏘며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종목 결선은 6명의 선수가 4초 안에 5발을 빠르게 쏘는 시리즈를 세 차례 진행해 15발을 쏜다. 9.7점 이상 맞히면 1점을 얻고, 9.7점 미만이면 0점이다. 이후 5발씩 시리즈를 치러 최하위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3시리즈에서 5발 모두 표적에 명중시키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간 조영재는 4시리즈에선 4점을 얻어 15점으로 단독 선두가 됐다. 하지만 뒤늦게 힘을 발휘하며 32점을 기록한 리웨훙(중국)에 추격을 허용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릴 때 공부와 사격을 병행했던 그는 직업 군인인 아버지가 경기도 쪽으로 발령받은 뒤 서울체육고로 전학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후 한국체육대에서 기록을 꾸준히 높여 가다가 경기도청에 입단한 이후 25m 속사권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 종목 2관왕 출신인 대학 선배 김서준의 도움이 컸다.
조영재는 “사격 선수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아마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을 것 같다”며 “워낙 하늘과 별, 그리고 우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화성을 탐사하다 홀로 남겨진 우주인의 이야기를 그린 ‘마션’이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